이재명 대선 공약 오보, 사과 대신 기사만 수정한 전북일보

장슬기 기자 2025. 5. 25. 19: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북일보, '전주·완주 행정통합' 민주당 공약으로 보도…완주신문 당 관계자 취재해 오보 밝혀내
지역사회 비판 커지자 온라인 기사 대폭 수정…전북민언련 "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오보 경위 밝혀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전라북도 전주시와 완주군 지도. 사진=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전북일보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대해 오보를 냈지만 독자에게 따로 사과를 하거나 정정에 대한 공지를 하지 않은 채 기사만 수정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북일보는 지난 14일 1면 <민주·국힘 '완전 통합' 공약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부상>이란 기사에서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완주·전주 통합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두 지역 간 행정통합 논의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공약에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 지난 14일 전북일보 1면 기사

하지만 이는 오보다. 완주신문 지난 15일자 <민주당도 완주·전주 통합 공약 걸었나?>에서 “(전북일보 기사에 대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완주신문은 민주당 완주지역위원회 관계자의 “완주·전주 통합을 공약으로 걸기 위해서는 지역위와 상의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완주·전주 통합을 민주당에서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 “전북도당에 관련 보도를 알리고 도당 차원에서 A지방지(전북일보)에 정정보도 요청을 주문했다”는 발언을 함께 실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원택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도 해당 기사에 대해 “오보”라고 밝혔고, 완주전주통합반대대책위원회도 “통합 반대 운동을 하는 완주군민의 의지를 꺾고 동력을 상실하게 했다”면서 전북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10억 원을 요청했다.

▲ 지난 15일자 완주신문 보도 갈무리

전북일보는 무슨 근거로 이재명 후보가 '완주·전주 통합'을 공약에 포함했다고 보도했을까. 이재명 후보는 지난 12일 발표한 대선 10대 공약에서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을 명시하면서 행정체계 개편과 지자체 통합 로드맵 수립 등을 제시했다. 원론적인 의미로 행정체계 개편을 넣었고 완주·전주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이 부분을 자의적으로 '완주·전주 통합을 공약에 포함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북 지역의 최대 도시인 전주에 본사가 있는 전북일보는 그동안 전주와 완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꾸준히 써왔다.

오보가 드러나자 전북일보는 정정보도(바로잡습니다)나 사과문 없이 온라인 기사 곳곳을 수정했다. 제목은 <새정부 '완(完)·전(全) 통합' 탄력받나...“행정체계 개편 추진 공식화”>로 고쳤고 첫 문장도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주요 공약에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담으면서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라고 바꿨다. 원 기사에서는 민주당 공약이 완주·전주 통합이 있었다고 썼다가 '주요 공약에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담았다' 정도로 수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기사 곳곳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지난 23일 <정정도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기사만 수정하면 그만인가? - 완주전주 통합 공약 관련 전북일보 오보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와 같은 전북일보의 무책임한 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보가 나올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언론사의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이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을 맡은 점도 거론되며 전북일보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민언련은 전북일보가 이전부터 무리한 보도를 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전북민언련이 거론한 전북일보 기사로는 <완주군, 비상금 300억 쏟아 민생지원금… 통합 반대 숨은 포석 '갑론을박'>(2월13일자), <완주-전주 통합 무산되면 '가격 폭락 도미노'… 신도시·산단 직격탄>(3월12일자) 등이 있다. 전자는 완주군이 지자체의 비상금인 통합재정안정화 기금 절반 이상을 민생지원금으로 지출해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라고 완주군을 비판한 기사이고, 후자는 완주·전주 통합이 무산되면 완주 신도시 부동산 가격이 빠질 거라는 내용의 기사다. 전북민언련은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거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기사”라고 평가했다.

완주와 전주의 행정통합은 전주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결국 완주가 전주에 흡수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구가 줄고 있는 전주와 달리 완주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지역위기를 직접 느끼는 곳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일보 등 전주에 위치한 지역일간지들이 완주의 반대 여론보다는 통합 찬성 논조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문제는 21대 대선이 끝나고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에선 1997년, 2009년, 2013년 세번에 걸쳐 통합을 추진했지만 완주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3년 6월 완주군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에서 과반이 통합에 반대했다.

끝으로 전북민언련은 “언론의 생명은 공신력임에도 오보를 수정하는 전북일보의 후속 대처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다”며 “전북일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잘못된 정보를 보도한 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하고 오보 경위를 상세히 밝히는 것이며 이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