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선거용 ‘특보’ 남발…정치 불신·지역 혼란 가중

안세훈 기자 2025. 5.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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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 후보 캠프서 무더기 임명
역할도 책임도 불분명 ‘명함용’
교사 등 각계인사 동의없이 임명장
개인정보 유출 의혹까지 ‘파문’
정치 신뢰 회복…제도 개선 시급"
국민의힘이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들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을 뿌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별보좌관(특보) 남발'이라는 구태 정치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 캠프가 실질적 역할도, 책임도 없는 특보를 무더기로 임명하며 정치적 피로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더욱이 본인 동의 없이 임명되거나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불거져 선거 문화 퇴행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25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6·3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경쟁적으로 수많은 특보를 임명하고 있다. "선거 캠프에서 돌을 던지면 특보가 맞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너무 많이 임명돼 내부 파악조차 잘 안 될 지경이라는 후문이다. 각 정당이 '당원의 간부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특보는 본래 후보자에게 정책 자문이나 선거 전략을 조언하는 핵심 참모 그룹을 지칭한다. '00정책특보', '00지역특보' 등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명확한 역할이나 책임이 규정되지 않은 채 단순히 '명함용' 특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캠프 내 공식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별도의 보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정치꾼'도 대선 캠프 특보 남발의 폐해를 부추기고 있다. 특보라는 직함이 선거 이후 '자리'를 얻거나 출마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렇다보니 각 대선 캠프 측에 임명장 발급 요구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 동의 없는 임명장 발급이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광주·전남지역 교사 수백 명에게 본인 동의 없이 '교육특보' 임명장을 문자로 발송해 큰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교사의 실명이 명시된 임명장 문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전달됐다.

교사들을 상대로 한 이런 문자는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북, 경기, 충북 등 전국 단위에서 무차별적으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입장문을 내고 "현직 교원에게 임명장을 보낸 것은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임명장 삭제 요청을 하고 싶어도 개인정보를 넣어야 해서 교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선캠프는 교사들의 동의 없는 임명장 발송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이러한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수사 당국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경위를 즉각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특보 임명장은 더불어민주당 현직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에게까지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사과문을 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현재 정당이나 캠프가 발급하는 임명장에는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임명하고, 어떤 책임을 부여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특보 폐해'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치권의 자성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특보 남발은 지지자에게 '기여했다'는 인증을 해주고, 지방 정치인에게는 다음 공천 평가 자료가 된다. 결국 유권자는 정치인의 평가 재료로 소진되며 선거 문화는 기형화된다"며 "법적 제재는 미약하고, 관련된 이들 간 주고받는 효용이 있어 구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