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철도와 붉은 여왕 [뉴노멀-혁신]


김진화 | 연쇄창업가
지난주 열린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가 화제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과 신제품이 대거 공개된 발표 내용을 두고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딥싱크’(deep think)라는 고급 추론 모델을 탑재한 구글의 ‘제미나이 2.5’는 기존 생성형 모델의 단선적인 논리 구조를 비약적으로 향상해 복잡다단한 현실의 문제 해결에 좀 더 적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의 대표 서비스인 검색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용자의 질문을 깊이 이해해 맥락에 따른 답변을 하는 것은 물론 질문 자체를 세분화해서 제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섬유의 감촉까지 살린 의류 피팅, 자료를 주면 강의 형식의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대전환기의 한복판을 지나는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빅테크의 파상 공세 말고도 물밑에서 미묘하게 감지되는 변화도 심상치 않다. 고래 싸움을 관망하던 스타트업들이 조용히 그러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브 코딩’이 트렌드다. 개발하고자 하는 기능의 목적과 흐름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인공지능이 그에 맞는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보완해주는 방식이다. 아직은 한계가 많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최소기능 검증 모델 등을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내부나 뒷단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에도 열심이다. 필자가 투자한 여러 초기 기업들은 경리, 고객 응대 등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해서 회사 규모를 슬림하게 유지하는 데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산업에서 스타트업의 몫이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빅테크의 인프라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보겠다는 실사구시 전략이 엿보인다.
이런저런 소식들을 접하며 벤처 투자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이 지난해 말 발표한 ‘에이아이 인 2025’(AI in 2025) 보고서를 다시 펼쳐보았다. 아직 한해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이미 많은 내용이 현실화되었구나 싶다. “철도가 신세계로 가는 경로를 열었듯이 인공지능은 지금 새로운 경제의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비유는 인공지능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꽤나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철도 부설의 주체다. 거대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에이피아이(API), 자동화 도구 등을 통해 전 산업을 관통하는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그 가능성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역과 철로를 깔아준 셈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는 주체가 빅테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 ‘철도망’을 활용해 독자적인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앞서 짚어본 내부적 활용법을 넘어 주요 철도 노선을 기반으로, 특정 목적이나 특정 화물 운송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된 운송 사업자들이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도구,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산업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은 아마도 역 주변의 신규 상점들에 비견될 수 있을 게다.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철도가 산업을 연결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융합과 혁신을 강제하고 있다. 빅테크가 과잉으로 깔아놓은 인프라와 서비스를 잘 이용하는 개인과 기업은 앞서 나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진화생물학이 말하는 ‘붉은 여왕의 가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게다. 제자리에 멈춰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뒤로 처져버리고, 그 자리에 멈춰 있으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자본의 법칙이 더 노골화될 게 분명하다. 이래저래 국가 차원의 고민이 깊어져야 할 시기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와 정치가 고민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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