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 잊지 않겠습니다"
남구 효천역 광장 일원서
‘그 날의 기억을 잇다’ 주제로
창작무용·통기타·성악 등 다채
5월 사진·주먹밥 등 부스도 운영

"계엄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회색빛 구름이 깔린 지난 23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효천역 광장은 조용한 추모의 물결로 가득했다. '그 날의 기억을 잇다'는 주제로 마련된 송암·효천 5·18 희생영령 추모 문화제는 흐린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시민들을 기록한 흑백 안내 포스터가 전시돼 있었다. 무자비한 국가권력에 이름 없이 쓰러진 시민들의 모습이 낯설고도 아프게 다가왔다.
행사장 주변에는 송암동 주민자치회와 통장단 등이 마련한 5·18의 상징, 주먹밥을 나누는 공간엔 긴 줄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조용히 그 시절의 마음을 나눴다.
이경훈 (51·여)송암동 통장단 회장은 "송암동은 매년 5·18을 맞아 그날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웃들과 함께 5·18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매년 주먹밥 나눔 행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 아픔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정신을 잊지 않고, 구청·시청·자생단체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부 추모식과 2부 추모문화제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송암동 주민자치회 국악단이 시작을 알렸으며 이후 개회·경과보고·추모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사에서 민판기 효천민주인권포럼 이사장은 "억울한 죽음 위에 피어난 오월의 찔레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있다. 그러나 1980년의 참극이 벌어진 지 4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특히 효천과 송암 등지에서 고무신을 신거나 멱을 감던 생명들이 총칼 앞에 스러진 그날의 이야기 중 3분의 1도 채 드러나지 못했고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부 추모문화제에서는 5·18 희생자 김영철 열사의 자녀인 김연우씨가 창작무용으로 막을 열었다. 빨간 꽃과 파란색 천을 들고 등장한 김연우씨와 무용수들은 고요한 절규로 당시의 고통과 저항,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표현했다. 이어진 양림 통기타 앙상블과 5·18창작오페라 무등둥둥 주연을 맡았던 성악가 소프라노 홍선희씨가 공연했다. 끝으로 노래운동가 주하주씨가 무대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곳에 온 송암동 주민 이모(38·여)씨는 "아이들에게 1980년 5월 당시 아픔을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데려왔는데 저 또한 실체를 접하고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며 "이름도 모른 채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도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앞으로도 매년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