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방어권 권고’가 ‘계엄 인권침해 대응’이었다니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의 특별심사를 앞두고 ‘12·3 계엄령 선포로 인한 인권침해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한 것을 내세웠다고 한다. 간리 특별심사는 인권위가 윤석열 정권 들어 황당한 결정을 반복해서 받게 된 것이다. ‘윤석열 파면’을 계기로 반성과 개전의 모습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그동안의 정치 편향적 행태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래도 되는가.
인권위는 26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간리 특별심사를 위한 답변서 초안 내용을 심의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답변서 초안을 보면 인권위는 ‘계엄 선포로 인해 발생할 인권침해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질의에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고 답했다. 이 권고는 지난 2월10일 인권위가 의결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에 관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방어권 보장과 함께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당시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려고 억지로 끼워 맞춘 권고다. 김용원·이충상 등 의결을 주도한 위원들은 “윤 대통령은 철저한 사회적 약자”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인권위는 인권단체들이 계엄 관련 직권조사를 요청하거나 계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제기한 진정은 각하했는데, 이런 내용은 간리 답변서에 넣지 않았다.
인권위는 윤석열 정권 들어 한국의 인권 수준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7년부터 매년 참여해온 퀴어문화축제 불참을 결정하고, 사이버 인권 교육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과정을 폐기했다. 또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하고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대거 삭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안창호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인권위는 지금 세계 인권단체들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한국 인권위가 왜 본분을 다하지 못하느냐’는 질타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10월로 예정된 간리 특별심사에서 인권위의 등급이 추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권위는 2014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현병철 위원장 시절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걸 빼면 최고 단계인 ‘에이’(A) 등급을 유지해왔다. 6·3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인권위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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