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간호하는 아내'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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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나이 듦의 애로 중 하나는 등이 가렵다는 것이다.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라더니, 같은 조사에서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35%에 그쳤다.
노년까지 아내의 헌신을 바라는 남성이 염치 없는 것일까, 남편에 대해 일찌감치 포기한 아내가 현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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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나이 듦의 애로 중 하나는 등이 가렵다는 것이다. 피부가 건조해져서다. 팔, 어깨의 유연성이 떨어져 시원하게 긁기도 어려우니 효자손이 필수품이다. 노화는 인류 공통이어서 각 문화권에 다양한 모양·재질의 등 긁는 도구가 있다. 영어로는 문자 그대로 ‘등긁이’인 ‘백스크래처(Back scratcher)’, 중국어로는 ‘노인을 기쁘게 하는 도구’라는 뜻의 ‘라오터우러(老头乐)’. 한국식 ‘효자손’이란 이름엔 부모의 몸과 마음을 구석구석 살피며 살뜰히 보살피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는 뜻이 담겨 있을 터다.
□ 효자·효녀의 돌봄은 조만간 판타지가 될 듯하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40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늙고 아프면 자녀가 돌봐줄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고작 4%였다. 자녀의 돌봄을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나는 고독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58%였다. 나이 들고 병이 나면 혼자 죽어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기본값이 돼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가족구성원 전원이 65세 이상인 가구는 565만여 가구이고, 이 중 1인 가구가 213만여 가구이니, 통계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라더니, 같은 조사에서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35%에 그쳤다. 성별 기대치가 다른 것이 화제가 됐다. 남성은 49%가, 여성은 22%가 배우자의 돌봄을 기대했다. 노년까지 아내의 헌신을 바라는 남성이 염치 없는 것일까, 남편에 대해 일찌감치 포기한 아내가 현명한 것일까. 분명한 건 돌봄을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 아픈 가족을 위해 제 살을 떼어 국을 끓여 먹였다는 유의 이야기가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 내려온다. 그렇게 개인의 희생을 강제한 결과가 간병에 지친 가족이 환자를 살해하는 간병 살인으로 이어지고는 한다. 17년치 간병 살인 사건 판결문 228건을 분석해 보니, 76%가 독박 간병 중 발생했다는 SBS 보도가 있었다. 가족 돌봄 공백을 메울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대선 후보들의 돌봄 공약을 뜯어 보라.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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