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 앞에 좋은 일자리는 없다”
(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부족한 것은 '좋은' 일자리다. 부자 나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에 겨우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고통과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일은 넘친다. 특히 청년층, 여성층, 노년층에게는 흔한 일상이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자리는 생계와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해도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낮은 임금, 열악한 복지, 곳곳에 도사리는 사고나 해고 위험 등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고용 환경 속에서 '좋은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헌씨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를 펴냈다. 오늘날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는 이 책은 인간 존엄성과 시장 논리 사이에서 '삶의 의미로서의 일'을 재정의한다. 그동안 숱하게 다룬 경제학적 분석을 넘어, 노동과 고용이라는 좁은 개념 밖에 존재하는 넓고도 온전한 '일하는 삶'이라는 시각에서 '일'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땀과 눈물과 먼지로 번들거리는 일자리 현실을 직시하면서 말이다.
"일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논리만으로 일자리의 규모가 결정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적 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즉 노동시장은 늘 일자리를 과소 공급하게 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일자리를 줄이는 행위(예컨대 해고)는 언제나 과도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씨는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다층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생생히 그려내고, 곳곳에서 현실적 대안을 강구한다. 실업,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대가 또는 임금, 최저임금, 노동시간, 기술변화, 이주노동, 정부와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과 일자리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세상에는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유용한 형태의 노동이 많다. 애써 멀리에서 찾아볼 것도 없이 우리 일상을 보면 된다. 돌봄노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사노동은 인류의 생존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의 명시적 보상은 없다. 희생과 의무의 영역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고용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노동은 '고용'이 아니다. 그런데 꼭 그런 걸까?"
이씨는 좋은 일자리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은 오스트리아의 '마리엔탈 일자리 보장 시범사업'을 통해 전한다. '불황의 마을'로 불렸던 마리엔탈에서 일자리를 만들자고 온 마을이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 인상적이다. 오늘날 대선후보들도 눈여겨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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