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폭발물을 품고 도는 라운드

[골프한국] 골프는 인생보다 더 인생답다. 그래서 인생의 축도라고 한다. 골프를 뜯어보면 모든 것이 인생과 비유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떻게 그리도 인생과 닮았는지 놀랍다. 위기 없는 골프는 상상할 수 없다. 골프채를 놓지 않는 한 결코 OB나 해저드, 러프, 벙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실수 없이 정확한 샷을 날리는 골퍼라 해도 골프의 지뢰밭은 피할 수 없다.
골프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을 가슴에 품고 벌이는 경기다. 이 폭발물은 OB나 해저드, 러프, 벙커 같은 위기를 맞았을 때 폭발 위험이 높다. 위기에 빠졌을 때 폭발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가 잘 풀려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종종 터져 골퍼가 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고한다.
위기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무모하지도, 소심하지도 않는 길을 찾아 위기를 벗어날 때 폭발물의 시계바늘은 멈춘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수용하지 않고 위기가 없었던 것처럼 상황을 뒤집어놓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폭발물의 시계바늘은 빠르게 돌아간다. 위기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위기를 단숨에 만회하려는 욕심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욕심을 채우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때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결과는 물으나 마나다.
가령 OB가 났다고 가정하자. OB가 난 뒤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규정 타수보다 2타를 더 치게 돼 있다. 그런데 많은 골퍼들이 이 2타를 달게 받아들이지 않고 더 줄이려고 덤벼들다가 더 많은 타수를 잃는 실수를 되풀이한다.
볼이 러프나 벙커에 들어갔을 때도 거리상으로는 얼마든지 그린을 노릴 수 있다 해도 정상적인 샷을 날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온 그린을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긴 풀에 채가 감길 위험이 있어 안전지역으로 일단 볼을 쳐낸 뒤 다음 샷으로 핀에 붙이는 전략을 택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순간에 불리한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기막힌 트러블 샷으로 위기상황을 단숨에 벗어나겠다는 무모함을 떨쳐버리려면 엄청난 인내와 자제가 필요하다. 대개는 이 무모한 만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더 심한 위기에 빠지고 만다.
인생 역시 평탄한 길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진흙탕 길도 만나고 가시밭길도 펼쳐 진다. 때로는 한 치 앞을 헤쳐 나갈 수 없는 절벽을 만날 수도 있고 끊어진 외나무다리 앞에서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도 평탄한 길보다는 험난한 길이 더 많을 것이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듯이.
누구나 살아가면서 여러 난관과 위기를 만나지만 자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냉정함과 인내를 잃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는가 하면, 자신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발버둥 치거나 무모하게 역전을 시도하다 더 큰 낭패를 맞곤 한다.
실패라는 것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거기서 귀한 교훈을 얻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실패 자체를 수모로 여기고 비탄에 빠지기도 한다. 라운드마다 만나게 되는 위기 상황은 우리에게 귀중한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길들인 코끼리를 싸움터로 끌고 가고 왕도 길들인 코끼리를 탄다. 비난을 참고 견디는 데 익숙한 이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길들인 당나귀도 좋다. 인더스의 명마도 좋다. 전쟁용 큰 코끼리도 좋다. 그러나 자신을 다루는 사람은 더욱 좋다.' (『법구경』 중에서)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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