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닝구 입고 족구하는 복학생 아재들 극혐”…제대해보니 족구장이 없어졌다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55] 영화 ‘족구왕’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쓴 ‘무취미의 권유’는 젊은이에게 취미를 갖지 말라고 조언하는 에세이다.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라고 정의한 그는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본인 또한 “취미가 없다”며 “소설을 쓰고, 영화와 쿠바 음반 제작도 하고, 전자메일 매거진을 편집하고 발행하지만 이는 모두 돈이 오가고, 계약서를 쓰고, 비평의 대상이 되는 ‘일’”이라고 소개한다.
![젊은이의 취미는 쓸모가 없는 것일까. ‘족구왕’이 던지는 질문이다. [광화문시네마]](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1246rkch.png)
영화 ‘족구왕’(2014)은 정확히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작품이다. 학점과 스펙, 어학 시험 점수 등 실용적 요구가 판치는 대학에서 그저 재미 때문에 족구를 하는 학생들을 담아낸다. 만화 같은 전개에 다소 유치하게 느끼는 관객도 많지만 이 작품은 우리가 즐거움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확실히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주인공 홍만섭은 안재홍이 연기했다. ‘족구왕’은 그의 연기력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작품이다. [광화문시네마]](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2686jqzi.png)
그래서 만섭이 족구장 건립 서명 운동을 펼치지만 좀체 호응을 얻지 못한다. 만섭이 짝사랑하는 학생 서안나(황승언)는 그에게 직설적으로 조언한다. “여자들이 족구하는 복학생 제일 싫어하는 거 몰라요? 근데 족구는 더럽잖아요. 복학생들 막 나시 입고 겨털(겨드랑이 털) 다 보이는데 그대로 수업 들어온다니까요. 땀내 쩔어가지고.”
![만섭이 좋아하는 안나(오른쪽)에게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남자친구도 있다. 안나는 열정이 식은 남자친구를 자극하기 위해 만섭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인다. [광화문시네마]](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4229xvtk.png)
![만섭이 몸을 풀고 있다. [광화문시네마]](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5845euca.png)
![그해 학내 족구대회는 대흥행에 성공했다. [광화문시네마]](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7537uiht.png)
사실 만섭은 취미를 즐기기엔 다소 빠듯한 형편이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연체한 그는 고학생이다. 학내 자판기 관리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 고깃집 아르바이트도 한다. 어쩌면 주변의 조언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의 상황엔 다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도서관을 오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게 합당할 수도 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 족구장 설치를 건의하는 만섭과 친구 [광화문시네마]](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19265pyat.png)
이것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질문이다. 흔히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보류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움을 미루다 보면 미래에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재미를 보류하는 것이 삶의 기본값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 하루의 일정 부분은 온전히 즐거움을 위해 쓰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다. 그것이 전혀 실용적인 가치를 되돌려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기’조차도 계발의 ‘대상’으로 여기며 압박감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만섭은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통해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족구왕’ 포스터 [광화문시네마]](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5/mk/20250525090020598sihs.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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