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연구중심' 병원…인력·예산 부족해 실효성 불투명

박정연 기자 2025. 5.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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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바이오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연구중심병원' 인증제도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로 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사업화로 이어진 기술은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원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연구중심병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진료 인력도 없이 R&D를 수행하라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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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의료바이오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연구중심병원’ 인증제도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로 인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력 부족에 더해 예산 기반도 없이 제도만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제1기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모두 21곳이다. 기존 지정제에서 인증받은 병원 10곳을 더해 11개 병원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연구중심병원 제도는 진료 중심의 기존 병원 운영 방식을 넘어서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를 병원 조직 내부에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로 2013년 도입됐다. 이번에 첫 출범한 인증제는 기존 정부 지정제를 대체한다. 연구역량, 조직 체계, 인프라 등을 기준으로 일정 점수를 넘긴 병원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보다 많은 병원이 연구개발(R&D)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제도 참여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 현장에서 실제 연구를 수행할 인력과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수행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현재도 임상연구 일정 연기 및 신규 과제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4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5% 감소했다.

재정 여건도 제도 확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지정제로 운영될 당시 선정된 연구중심병원 10곳은 연간 약 400억~500억 원 규모의 R&D 예산을 꾸준히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신규 인증된 11개 병원은 정부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별도의 예산 배정 없이 출발선에 서게 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인증제 전환에 맞춰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반려했다. 제도는 확대됐지만 재정 지원은 전무하면서 형식적 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만 확대되고 실질 지원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인력과 예산이 동시에 부족한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는 건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제도 명분은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제도 확대를 명분으로 참여 병원 수를 늘렸지만 재정당국은 여전히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예산 반영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사업화로 이어진 기술은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2020~2022년 기간 기술이전 건수는 연간 30건 안팎이며 신의료기술 인정 건수도 연평균 1건 수준이다. 

인력과 재정 인프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역 불균형 문제도 여전하다. 인증 기관 21곳 중 16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연구 인력과 R&D 기반이 열악한 지방 대학병원들은 인증 자체가 ‘넘기 어려운 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소재 국립대병원 한 교수는 “수도권 환자 쏠림이 의료 인프라 격차로 이어진지 오래됐고 결국 연구 역량도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지방 대학병원의 연구 기능은 점점 뒤처지는 구조”라고 우려를 표했다.

의료계는 제도 자체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추진 방식에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원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연구중심병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진료 인력도 없이 R&D를 수행하라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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