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거리 확 주는데… 해운업계, 북극항로 손사래 치는 이유는

이인아 기자 2025. 5.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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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계가 ‘북극항로 개척’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내세운 공약인데, 해운사 입장에서 북극항로는 경제성이 떨어져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1년 중 유빙이 녹는 시기만 오갈 수 있고, 일반 선박보다 30~50% 비싼 쇄빙선이 필요하다. 중간 기항지가 없어 운항 도중에 환적(換積·화물을 운송하는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서 다른 선박에 화물을 옮겨 싣는 것)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북극항로는 지구 열대화가 심해진 10여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나온 주제다. 이 후보는 최근 부산을 방문해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극항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기존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거리는 약 2만2000㎞다. 북극 항로로 가면 1만3000~1만5000㎞로 거리가 짧아져 연료비와 운항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물건을 싣고 전 세계 바닷길을 오가는 해운업계는 북극 항로가 열리더라도 이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후 변화로 유빙(물 위에 떠내려가는 얼음)이 녹더라도 실제 운항할 수 있는 기간은 여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북극해는 일반 바다와 달라 얼음을 깨고 달리는 쇄빙선이 필요하는데, 1년 중 몇 달을 쓰기 위해 일반 선박보다 비싼 쇄빙선을 구입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현재 국적 해운사 중 쇄빙선을 보유한 곳은 없다.

해상 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선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게 손해다. 컨테이너선은 중간 기항지에 정박해 수만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며 돈을 번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것보다 중간 기항지를 더 들르는 게 이득이다. 부산항에서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도착 거리는 줄지만, 중간 기항지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주요 해운사인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 1위 해운사인 HMM도 북극 항로는 준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북극항로를 개발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부정기선과 달리 대형 정기선사의 입장에서는 몇 달 쓰려고 비싼 배를 새로 사야 하고 기존 선박은 놀려야 해 (북극항로는) 굳이 갈 필요가 없는 항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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