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거리 확 주는데… 해운업계, 북극항로 손사래 치는 이유는
국내 해운업계가 ‘북극항로 개척’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내세운 공약인데, 해운사 입장에서 북극항로는 경제성이 떨어져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1년 중 유빙이 녹는 시기만 오갈 수 있고, 일반 선박보다 30~50% 비싼 쇄빙선이 필요하다. 중간 기항지가 없어 운항 도중에 환적(換積·화물을 운송하는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서 다른 선박에 화물을 옮겨 싣는 것)하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북극항로는 지구 열대화가 심해진 10여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나온 주제다. 이 후보는 최근 부산을 방문해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극항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거리는 약 2만2000㎞다. 북극 항로로 가면 1만3000~1만5000㎞로 거리가 짧아져 연료비와 운항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물건을 싣고 전 세계 바닷길을 오가는 해운업계는 북극 항로가 열리더라도 이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후 변화로 유빙(물 위에 떠내려가는 얼음)이 녹더라도 실제 운항할 수 있는 기간은 여름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북극해는 일반 바다와 달라 얼음을 깨고 달리는 쇄빙선이 필요하는데, 1년 중 몇 달을 쓰기 위해 일반 선박보다 비싼 쇄빙선을 구입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현재 국적 해운사 중 쇄빙선을 보유한 곳은 없다.
해상 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선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게 손해다. 컨테이너선은 중간 기항지에 정박해 수만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며 돈을 번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것보다 중간 기항지를 더 들르는 게 이득이다. 부산항에서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도착 거리는 줄지만, 중간 기항지가 크게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주요 해운사인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 1위 해운사인 HMM도 북극 항로는 준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북극항로를 개발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부정기선과 달리 대형 정기선사의 입장에서는 몇 달 쓰려고 비싼 배를 새로 사야 하고 기존 선박은 놀려야 해 (북극항로는) 굳이 갈 필요가 없는 항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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