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포도주도 500년 역사의 한국전통주다

최미화 기자 2025. 5.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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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는 와인이다'.

포도주도 한국전통주이다.

고문헌의 기록으로 보면 포도주는 1500년대 이전부터 빚어온 전통주다.

수운잡방의 포도주 제조법은 이 같은 유럽의 와인제조법과는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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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포도주는 와인이다'. 이 말은 맞는 말일까? 아니다. 틀린 말이다. 포도주도 한국전통주이다. 그것도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주이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여러 옛 문헌에도 포도주 제조법이 등장한다. 다만 유럽의 와인과는 달리 포도와 누룩, 쌀을 함께 발효시킨 술이었다. 고문헌의 기록으로 보면 포도주는 1500년대 이전부터 빚어온 전통주다. 1540년 김유가 지은 '수운잡방'에 두 가지 포도주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 걸 보면 실제로는 훨씬 그 이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포도주를 빚어왔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수운잡방에 기록된 포도주 제조법을 살펴보자. 두 가지다.
'백미 3말을 여러 번 씻어서 곱게 가루를 내고 죽을 쑨다. 죽이 식으면 누룩가루 7되를 죽에 섞어 항아리에 담아 익힌다. 술이 익으면 백미 5말을 여러 번 씻어 충분히 찌고 식으면 누룩 3되, 포도가루 1말을 먼저 빚은 술과 섞어 항아리에 담아둔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포도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포도를 짓이겨 놓고 찹쌀 5되로 죽을 쑨다. 죽이 식으면 누룩가루 5홉을 함께 섞어 항아리에 넣고 맑게 익으면 사용한다'. 포도와 쌀을 혼합해서 빚는 것은 포도의 당도가 낮아서다. 술을 만들 때 필요한 당을 쌀에서 보완하는 방법이다.
수운잡방 이외에도 산림경제, 증보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농정회요, 양주방 등에 포도주 주방문이 남아 있다.
동의보감엔 '익은 포도를 손으로 비벼 즙을 짜서 찹쌀밥, 흰누룩(白麴)과 섞어 빚으면 저절로 술이 된다. 맛도 매우 좋다. 산포도(山葡萄, 머루)로도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문헌 속의 다양한 포도주를 빚는 방법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누룩과 포도가루를 넣고 잘 섞어서 항아리에 넣고 뚜껑을 덮어 익으면 복용하는 방법(향약집성방), 포도즙과 찹쌀과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익으면 사용하는 방법(수운잡방, 산림경제, 증보산림경제), 포도를 오래도록 저장해두면 저절로 술이 되는 자연발효로 빚는 방법(임원경제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도 있었다.
이들 제조법이 기록된 고문헌보다 훨씬 전인 1404년 고려 말, 조선 초의 이색(李穡, 1328~1396)의 시문집인 목은집에도 포도주가 등장한다. '영락없는 황금빛에 이슬방울은 함초롬 / 하늘이 특이한 맛에 달고 신 맛 섞어놨네 / 화려한 자리엔 날마다 '포도주(葡萄酒)'가 있건만 / 누추한 집엔 해마다 목숙의 쟁반이라오'
그 이전인 고려후기 문인 안축(安軸, 1282년~1348년)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시문집인 근재집(1364년)에도 포도주는 등장한다(안축은 경기체가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을 지었다). '값비싼 한 말의 술은 아첨하기에 좋아 / 옛사람들은 귀인의 집안에 바쳤지 / 어리석고 졸렬한 산옹은 기교가 없어 / 헛되이 포도주 마시며 시골에서 늙어가네'
목은집과 근재집에서 언급된 포도주의 기록은 비록 제조법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포도주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유럽의 와인은 포도만 짓이겨 발효시키는 자연발효로 빚는 술이다. 위에서 언급한 임원경제지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수록된 포도주 제조법은 이 방법을 따른 것이다. 포도 자체가 당(糖)이기 때문에 포도껍질에 묻어있는 효모가 이 당을 먹어치우고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굳이 알코올을 만들어내기 위해 당을 보완해줄 필요가 없다.
수운잡방의 포도주 제조법은 이 같은 유럽의 와인제조법과는 다른 방식이다. 한국전통주의 이양주를 빚는 방법 그대로 백미로 죽을 쑤고 누룩을 넣어 밑술을 빚고, 덧술 할 때 포도가루를 넣어 함께 발효하는 방법으로 토착화했다. 유럽의 과실주 제조 방법과 고유의 술 빚는 법을 결합한 독특한 제조법이다. 수백년 전부터 빚어왔던 포도를 이용한 술 제조법이 이렇게 고문헌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에선 500~600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마셨다'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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