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이나 배신당한 도시에서 태어난 늑대무리...우승 사냥 성공할까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5. 5. 24. 19:30
[흥부전-105][오리저널-27]미네소타 팀버울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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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팀의 첫 우승 도전
수많은 우승을 거머쥔 지역의 무관의 농구팀. 이 아이러니한 이야기는 1947년 미네소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중북부의 미네소타 주는 자연과 도시,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미국의 축소판입니다.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혹한의 겨울로 대표되는 이 지역은 1만 개가 넘는 호수로 인해 ‘1만 개 호수의 땅(Land of 10,000 Lakes)’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는 훗날 농구팀 이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시시피 강을 맞대고 있는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와 세인트폴(St. Paul)은 ‘트윈 시티즈(Twin Cities)’라 불리는 대표적인 도심 지역으로, 20세기 중반만 해도 공업과 제조업으로 번성한 북부 산업벨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미네소타의 농구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첫번째 배신, 레이커스의 시작과 이탈
1947년, 미국 농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전국농구리그(NBL) 소속으로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Minneapolis Lakers)’가 창단됩니다. 당시 레이커스라는 이름은 미네소타의 상징인 호수에서 따온 것이었죠. 팀은 창단과 동시에 스타 센터 ‘조지 마이컨(George Mikan)’을 영입하며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습니다. 마이컨은 키 208cm의 장신으로, 당시로선 보기 드문 실내 농구 특화형 선수였으며, NBA의 ‘최초의 슈퍼스타’로도 불렸습니다.

레이커스는 1948년 BAA(현 NBA 전신)로 이적한 뒤, 1949년 NBA 출범과 함께 리그 초창기 다섯 차례의 우승(1949, 1950, 1952, 1953, 1954년)을 거머쥐며 농구계의 왕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미네소타는 추운 날씨, 낮은 관중 동원률, 광고 수익 부진 등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당시 농구는 아직 전국적인 인기 스포츠가 아니었기에, 북부의 중소도시는 수익 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1960년, 구단주는 로스앤젤레스 이전을 결정했고, 레이커스는 서부로 이주해 현재의 LA 레이커스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는 NBA 역사상 최초의 연고지 대이동으로 기록되었고, ‘프로스포츠는 곧 수익’이라는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머스키스, 그리고 다시 떠난 팀
레이커스를 떠나보낸 후에도 미네소타는 농구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았습니다. 1967년, ABA(아메리칸 농구협회)가 창설되면서 ‘미네소타 머스키스(Muskies)’라는 새로운 팀이 등장합니다. 팀 이름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민물고기인 ‘머스키(Muskellunge)’에서 유래했지만, 이름과 상징성만으로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머스키스는 단 1시즌(1967~68 시즌)만에 마이애미로 연고지를 옮기며 해체 수순을 밟습니다. 단 7500명에 불과했던 평균 관중 수, 낮은 티켓 판매 수익, 광고 유치 실패는 스몰마켓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고, 또다시 미네소타의 농구팬들은 버림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지역에서는 ‘농구팀은 이익만 따지는 외지인들의 자산’이라는 냉소주의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2번의 배신끝에 새롭게 탄생한 농구팀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네소타는 NBA에서 사라진 도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1984년, 루디 퍼피치(Rudy Perpich) 주지사는 미네소타에 다시 NBA 팀을 유치하겠다고 공식 선언합니다. 주 정부와 기업인들, 전직 선수들이 모여 창단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위원회에는 과거 레이커스의 영웅이었던 조지 마이컨도 참여해 진두지휘했습니다.

위원회는 NBA에 10만 달러의 프랜차이즈 신청금을 납부했고, 1987년 NBA는 미네소타를 비롯해 마이애미, 샬럿, 올랜도 등 4개 도시의 확장팀을 승인합니다. 그리고 1986년, 하비 레이트너(Harvey Ratner)와 마브 울펜슨(Marv Wolfenson)이 공동 구단주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창단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들은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에 ‘타겟 센터(Target Center)’라는 전용 경기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1억 달러 규모의 민관 공동투자를 성사시킵니다.
늑대의 귀환, 팀버울브스의 출범
1989년, 마침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Minnesota Timberwolves)가 NBA에 정식 합류합니다. 팀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 정해졌습니다. 총 6,000건의 제안 중 최종 후보는 ‘팀버울브스’와 ‘폴라스(북극곰)’였으며, 지역의 특성과 공동체 정신을 담아 ‘숲속의 협동 사냥꾼’인 늑대가 최종 선정됩니다. 팀버울프는 실제 미네소타 북부 숲에 서식하는 야생 늑대이며, 무리를 지어 생존하고 사냥하는 습성은 농구라는 팀 스포츠와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팀버울브스의 첫 시즌 감독은 빌 머슬맨(Bill Musselman), 수석코치는 이후 NBA 명장으로 떠오르는 톰 티보도(Tom Thibodeau)였습니다. 첫 시즌 성적은 22승 60패로 바닥 수준이었지만, 평균 관중 수는 무려 2만6,160명을 기록하며 당시 NBA 기록을 세웠습니다. 1991년 완공된 타겟 센터는 총 2만 명 수용 규모로, 미네소타 시민들의 농구에 대한 갈증을 고스란히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창단 이후 5년간 팀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고, 운영 적자도 커졌습니다. 1994년, 구단은 뉴올리언스로의 연고지 이전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서명운동, 정치권 개입, 지역 미디어의 적극적인 캠페인으로 결국 무산됩니다. 이는 미네소타 시민들이 세 번째 농구팀 이탈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승리였습니다.
케빈 가넷 시대와 그 이후
1995년, 미네소타는 NBA 역사상 최초로 고등학교 졸업생을 1라운드에서 지명합니다. 그 주인공은 케빈 가넷(Kevin Garnett). 그는 곧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며 팀버울브스를 플레이오프 단골팀으로 이끕니다. 특히 2003~04 시즌에는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하며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가넷은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했지만, 우승은 결국 이루지 못했습니다.

2007년, 가넷은 보스턴 셀틱스로 트레이드되며 팀은 침체기에 접어들고, 이후 수차례 재건을 시도합니다. 앤서니 에드워즈(Anthony Edwards) 등 젊은 유망주들이 합류하면서 팀은 다시 도약을 준비합니다.
2025년, 다시 첫 우승을 꿈꾸며
그리고 지금, 2025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다시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며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팀의 중심엔 에드워즈가 있고 감독 크리스 핀치(Chris Finch)는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늑대 농구’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네소타는 두 번이나 농구팀을 떠나보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팀은 돌아왔습니다. 이제 타겟 센터에는 다시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농구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이 지역의 정체성이자 희망이었습니다.

과연 올해는, 외로운 늑대들이 마침내 무리의 이름으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이제 그 기대는 오롯이, 팀버울브스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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