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합병 시너지, 특별관 확충으론 ‘언 발에 오줌 누기’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2025. 5.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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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아닌 회생 택한 2·3위 사업자…대중 반응은 냉소적
IP 활용과 글로벌 시장 공략이 관건…공간의 미학 고민할 시점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까지 국내 영화관은 호황이었다. 국내 극장 산업의 황금기라고 불린 2019년,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5편이었다. 그해 영화를 본 관객은 2억2667만8228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대한민국 국민 1명당 4.5편의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리스크를 생각할 필요가 없던 시기,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영화관 확장을 거듭하며 영토를 넓혀 나갔다.

그 시절 한 콘텐츠 기업을 방문해 강의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영화 티켓 가격이 오르고 스포츠 관람부터 게임까지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기에 영화관만 확장하는 건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해당 기업의 임원은 영화 관람이 연인들의 레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반박했다. 지금 그 임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5월20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시사저널 임준선
5월2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 위치한 메가박스 ⓒ시사저널 임준선

구시대적 패러다임인 '규모의 경제' 벗어나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됐지만 영화관으로 돌아오는 이는 드물다. 2024년 영화 관람 누적 관객 수는 1억2313만 명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200만 명 넘게 줄어든 수치다. 앞서 언급한 호황기였던 2019년 대비 1억 명 넘게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영화 산업의 최대 이슈는 국내 영화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CJ ENM이 영화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소문이었다. 그 정도로 영화 산업 상황은 좋지 않다.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등장이다. 10~20대는 영화관보다 야외 환경에서 응원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야구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 공간적 개념으로 봐도, 심리학적 요소로 따져봐도 실내보다 야외가 열정을 분출하고 열기를 느끼기에 훨씬 더 편하다. 영화관 방문을 레저의 필수 코스로 여기던 연인들은 집에서 넷플릭스를 즐겨 본다.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관에 갈 이유가 사라졌다.

이 상황에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그룹 최고위층의 의사를 통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일단 반갑다. 영화는 넷플릭스 안에선 호황을 거듭하고 있지만, 올드한 플랫폼인 영화관 안에선 사양산업으로 바뀐 지 오래다. 실제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극장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자 극장을 매각하는 등 축소를 거듭해 왔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고민 끝에 회생을 선택했다.

언론에서는 롯데시네마(915개)와 메가박스(767개)를 모두 더하면 1700개에 육박하기에 CGV(1346개)를 압도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영화관을 떠나는 대중 트렌드를 고려할 때, 규모의 경제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인근 지역에 있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통합·정리한다면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규모로 압도하는 방식은 TV와 영화관 등 올드한 플랫폼이 경쟁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CGV가 지난해 거둔 매출액은 1조9578억원, 영업이익은 759억원이다. 롯데시네마(매출액 4517억원, 영업이익 2억원)와 메가박스(매출액 3533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의 실적을 모두 합쳐도 CGV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비교 대상도 안 된다. 언론에서 두 극장의 합병에 대해 기대감을 표현했으나 대중의 반응은 차가운 이유다. OTT가 대세인 시대, 영화 티켓 가격이나 내려 달라는 비판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단일화가 주목받았던 것처럼 1위 극장 CGV를 견제하기 위해 2위와 3위가 단일화를 이뤘다는 댓글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에 대한 관객의 냉소적 평가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두 회사가 손을 잡았기에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 그리고 OTT로 패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하드웨어(극장)의 통합으로는 혁신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넘쳐난다.

다행인 점은 극장 산업이 사양산업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두 기업이 철수가 아닌 회생 카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롯데시네마를 보유한 롯데그룹과 메가박스를 보유한 중앙그룹은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투자배급사 합병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언급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의 활용 여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이 두 그룹의 이번 합병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OTT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 제시해야

실제로 CGV는 국내 극장 사업에서 지난해 76억원의 적자를 남겼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입어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극장의 단순 통합은 국내에서는 규모의 불경제로 이어지며 적자를 남기지만 해외에서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져 흑자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5년을 놓고 볼 때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이 보유한 킬러 콘텐츠 역시 CJ ENM의 IP를 압도한다.

더 중요한 점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개념을 원점에서 고민하고 재정의해야 한다는 데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 내 특별관을 급격히 늘리고 영화 티켓 가격을 올리며 불황에 대응했지만, 고가 전략은 역효과로 돌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의 54.2%는 "티켓값이 부담 돼서 영화관에 가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이번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특별관을 확충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소비자의 생각과 거리가 먼 타개책이다. 영화는 전 국민이 1년에 4.5번 관람했을 정도로 대중 친화적인 서비스다. 특별관이 아닌 일반 영화관의 관람료가 OTT 한 달 구독료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지금은 OTT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 재미, 서비스 그리고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의 미학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다.

특별관을 확충하는 전략은 OTT만 웃게 할 뿐이다. 특별관이 아닌 특별한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고객을 위한 영화관의 미래를 제시해야 롯데시네마도 메가박스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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