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경이로운 임무 완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2025. 5.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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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해결해 내고야 말 또 하나의 미션
30년간 이어진 시리즈 전체 갈무리하는 ‘최종장’

(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지만 우리를 결코 실망시킨 적은 없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미션 임파서블 8》)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이렇게 소개된다. 그리고 불가능에 가까운, 하지만 그라면 반드시 해결해 내고야 말 미션에 다시 한번 뛰어든다.

이번 영화는 전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2023)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이자 30년간 이어진 시리즈 전체를 갈무리하는 최종장이다. 마지막일지 여부는 톰 크루즈를 포함한 제작진 모두가 여전히 말을 아끼는 상황이지만, 설령 이것이 진정 안녕이라 해도 후회가 남지 않을 만하다. 국내 개봉 첫날에만 4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미션 임파서블 8》은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킬 생각이 없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림자의 삶을 사는 비극적 영웅

전편에서 이어지는 AI '엔티티'의 위협은 날로 지능적이다. 세계의 금융기관뿐 아니라 핵무기 등 군사시설에까지 침투한 엔티티는 인류 멸망을 목표로 삼는다. 일부는 맞서는 대신 이미 포기와 순응을 택했다. 엔티티를 숭배하는 광신적 종교집단마저 탄생한 상황에서 세계 정세의 혼란은 가중된다. 그사이 엔티티의 완전 파괴를 목표로 한 이단 헌트의 임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편에서 십자가 열쇠를 확보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작전을 위해서는 엔티티의 소스코드인 '포드코바'를 손에 넣어야 한다. 이는 베링해 아래 가라앉은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 안에 잠들어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내다보는 엔티티에게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날로그. 잠수함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작전은 최신 기술을 제외한 채 이뤄져야 한다.

이전 편들에 비하면 《미션 임파서블 8》의 포스터는 단출한 인상이다. 지금까지는 이단 헌트의 위험한 도전과 액션의 규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정면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만이 있다. 이단 헌트는 단연 그를 연기한 배우 톰 크루즈와 말끔한 분리가 어려운 캐릭터다. 이단 헌트가 활약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톰 크루즈도 나이가 들었다. 시리즈와 함께 지나온 30년. 30대 초반의 빛나는 젊음 대신 주름과 상처가 훈장처럼 자리한 60대 배우의 얼굴을 경유해 이단 헌트가 바라보는 것은 지나온 세월이자, 그 시간 동안 함께한 '얼굴도 모르는 존재'인 수많은 관객이다. 흑백 사진 한 장으로 그와 관객 사이에 말 없는 교감이 오간다.

최근작으로 올수록 《미션 임파서블》은 개별 시리즈에서 의미를 확장해 영화 산업 전체를 향한 관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꾸려왔다. 가장 강력한 적을 AI로 내세우면서,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해 만든 액션 시퀀스 대신 모든 것을 아날로그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세계를 만든 점은 우연보다 의도에 가깝다. 그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첨단기술에 배우가 직접 선보이는 스턴트 액션을 배합하는 방식으로 펼쳐졌지만, 이번 편에 이르러서는 이단 헌트의 개별 능력에 의존하는 비중을 한층 더 키웠다. 기존 시리즈처럼 액션을 쉴 새 없이 터뜨리는 대신 필요한 장면에 집중하며 긴장의 밀도를 높인 모양새다. 클래식, 올드스쿨, 정공법, 그 무엇이라 불러도 좋을 방식의 정점이다.

5편 《로그네이션》(2015)과 6편 《폴아웃》(2018)의 놀라운 각본에 비하면 전체적인 설계는 조금 아쉬운 편이다. 막강하지만 실체가 없는 존재인 엔티티에 대한 설명에 너무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러닝타임 169분 중 3분의 1가량은 심오한 언어들과 거대한 배경 설명으로 채워진다. 최후의 심판, 즉 '파이널 레코닝'을 부제로 내건 작품답게 이 시리즈는 이단 헌트를 기어이 메시아의 자리에 올려두려는 야심 역시 숨기지 않는다. 그는 개별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이 아니라 3차 세계대전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여전히 그 존재를 부정당하며 영원한 그림자로 머물러야 하는 운명. 공공선을 위해 언제나 개인의 삶을 희생해온 비극적 영웅으로서의 면모가 이단 헌트에게 드리워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30년 이어온 《미션 임파서블》의 운명

그러나 이는 톰 크루즈와 이 시리즈의 여전한 재미 앞에 약간의 볼멘소리에 불과하다. 1편부터 쌓아온 세계관 전체를 영리하게 연결하는 방식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이들에게 더없는 팬서비스다. 《미션 임파서블 3》(2006)에 등장했던 전설의 무기 '토끼발'을 포함해 기존 미스터리가 풀리는 지점이 있고, 과거와의 놀라운 연결점들이 드러난다. 반가운 얼굴들이 재등장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단 헌트를 있게 한 무수한 선택이 개별적 서사가 아니라 일종의 운명으로 모이는 것이었음을 말하는 화법은 때로 장황하지만, 대부분은 캐릭터와 시리즈의 역사에 깊이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아날로그적 스릴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여전한 장수 이유이자 핵심 가치다. 남아프리카의 풍경 위로 날아오르는 복엽기. 우리의 이단 헌트는 이번에도 안전하게 탑승한 채 조종간을 쥐고 있을 리 없다. 그는 언제나 안락한 조종석보다는 비행기 날개나 프로펠러의 위협이 존재하는 꼬리 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다. 시속 200km가 넘는 강풍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이단 헌트를 보자면, 그가 언제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헌트가 최소한의 보조 장치만을 남기고 거의 맨몸으로 베링해의 차가운 물속으로 잠수하는 수중 장면은 20여 분간 별다른 대사 한마디 없이 관객의 시선을 꼼짝없이 거대한 스크린에 붙잡아둔다. 오직 영화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정직한 쾌감. 이를 만드는 배우의 순수한 헌신과 끈질긴 집념. 《미션 임파서블》은 여전히 이 시리즈만이 가능한 승부수를 꺼내든다.

성공한 액션 프랜차이즈는 깔끔한 안녕을 고하는 게 더 어렵다. 프리퀄에 리부트, 필요한 경우 '파묘'까지 서슴지 않으며 죽은 캐릭터까지 살려내는 것이 할리우드의 새로운 법칙이다. 하지만 누가 톰 크루즈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일구는 성과가 아니라 자신을 톱스타 반열에 머무르게 했던 작품으로 여전히 동시대와 소통하는 스타. 여전히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이닝을 믿는 사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 그 자체이며, 그를 기어이 위대한 배우로 기억하게 한다. 어쩌면 이것이 30년을 이어온 이 시리즈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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