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아이 더 낳는다는데... 한국은 왜 반대일까

남보라 2025. 5.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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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철승 '오픈 엑시트'
게티이미지뱅크

가난한 나라일수록, 교육받지 못한 빈곤 계층일수록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빈곤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뒤집히고 있다. 한국은 저소득·저학력 여성일수록 출산율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SNS 자랑질'과 결혼·출산의 상향표준화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 ‘오픈 엑시트’는 출산 불평등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파고든다. 저자는 불안정 고용 계층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에서 출산 포기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좌절 효과’로 설명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소득층 모델이 사회의 표준으로 등극해, 다른 계층의 결혼과 출산 욕구를 좌절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도 무관치 않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 특유의 비교, 질시, 따라잡기, 모방 문화는 결혼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극심한 서열화를 만드는데, SNS는 이를 더욱 부추긴다. 저자는 “모든 것을 갖춘 자들의 SNS 자랑질에 세대 전체가 노출되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은연중에 상층·중상층 사회의 결혼 기준을 내면화한다”고 진단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 모델이 상향 표준화되면서 이에 도달할 수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은 포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가난할수록 아이를 낳지 않고, 정규직 청년일수록 결혼과 출산의 확률이 높은 출산의 계급화는 저출생 못지않은 사회문제다. 저자는 “결혼과 출산이 상층과 정규직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오픈 엑시트·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376쪽·1만8,000원

동아시아의 여성 배제와 출생률 감소

한국, 일본, 대만 등 유독 동아시아 국가의 출생률이 곤두박질치는 이유는 뭘까. 북유럽과 북미는 여성 경제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여전히 가구당 자녀를 두 명 정도 낳는다. 저자는 동아시아의 여성 배제 문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빠른 경제 발전을 이끈 남성 가부장제 위주의 경제체제와 제도가 여성의 교육 수준 상승과 더불어 진행된 커리어 개발 욕구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직장 동료끼리 서로 눈치보고 감시하는 동아시아 특유의 협업 시스템이 출산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아무도 눈치보지 않도록 25~45세 노동자 모두가 1년씩 안식 휴가를 쓰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불평등의 세대’(2019) ‘쌀 재난 국가’(2021)를 쓴 저자의 불평등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새롭게 떠오르는 세 가지 불평등으로 저출생·고령화, 인공지능, 이민을 꼽고 각각의 구조를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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