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사라지고, 음모만 남았다”.. 2차 TV토론, ‘대선’ 아닌 ‘내란 프레임’ 격돌

제주방송 김지훈 2025. 5.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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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계엄문건·부정선거 의혹까지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날선 공방 속 정책 실종
‘사회 통합’ 주제 무색.. 절연 요구·음모론만 남긴 난타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BS 캡처)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두 번째 TV토론(23일)은 정책 경쟁보다 정치적 ‘정죄’가 앞선 격돌의 무대가 됐습니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여부와 계엄문건,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충돌을 벌이며 토론장을 '프레임 전쟁'의 전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사회 통합’을 주제로 했지만, 후보 간 대립은 통합이 아닌 ‘절연’과 ‘규탄’에 집중됐고, 민생과 미래 비전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정책 검증은 실종되고, 진영 간 음모론과 감정적 설전만 가득했던 이번 토론회는 오히려 유권자의 피로감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왼쩍)와 김문수 대선 후보.


■ “내란 세력인가, 단일화 대상인가”.. 시작부터 끝까지 ‘프레임 싸움’

이날 토론은 이재명 후보의 작심 발언으로 시작됐습니다. 12·3 계엄 문건과 관련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시도”라고 규정하며, 김문수 후보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극우 종교세력과의 단절 여부를 거듭 물었습니다.

반면 김 후보는 ‘총통’, ‘가짜 총각’, ‘검사 사칭’ 등 자극적 수사로 이 후보를 몰아세우며 “국민 한 표로 가짜를 물리치자”는 구호를 반복했습니다.

이준석 후보 역시 이 후보를 향해 “부정선거와 천안함 관련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라며 정치적 신뢰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이 후보의 계엄문건 대응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국회 담을 넘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계엄 해제를 방해한 것 아닌가"라는 말로 되치기에 나섰습니다.


■ 정책 토론은 뒷전.. “비상계엄-법카-진보당”만 남았다

토론 시간의 대부분은 각종 의혹 제기와 네거티브 공방에 할애됐습니다.
김 후보는 형수 욕설, 여배우 논란, 법인카드 유용 등 과거 사안을 총동원했고, 이 후보는 이에 “증거 없이 언론플레이로 기소한 것”이라며 반격했습니다.
김 후보는 또 진보당과 민주당의 연대를 ‘내란 연대’로 규정하며 이 후보를 궁지로 몰았고, 이 후보는 “의도적 회피로 보아 윤 전 대통령과 단절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전면 충돌이 반복되자, 정책 토론은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연금·의료개혁, 기후위기 해법에 대해서는 피상적 언급이 오갔을 뿐, 심층 검증이나 정책 차별성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23일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권영국(민주노동당), 이준석(개혁신당) 후보가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 단일화 논란도 격화.. “이준석은 결국 단일화할 것” vs. “망상적 추측”

토론의 또 다른 축은 보수 단일화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며 “총리직 제안까지 있었던 것 같다”고 언급했고, 이준석 후보는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단일화 제안에 ‘관심 없다’고 밝혔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후보는 해당 발언을 통해 ‘반이재명 연대’를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내며, 단일화 가능성을 ‘내란 세력과의 결탁’으로 비유한 반면, 이준석 후보는 “망상 속 음모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단일화 논의가 정치적 진로의 문제를 넘어서, 프레임 공세의 핵심 소재가 된 셈입니다.


■ 권영국 후보, ‘민(民)’으로 차별화.. “통합은 민생에서 출발해야”

다른 세 후보가 난타전을 이어가는 동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책 중심의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민(民)’자를 손바닥에 적고 등장하고선 “이 선거는 민중의 대표를 뽑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무속 논란으로 번졌던 과거 '왕(王)' 논란과 대비시켰습니다.

또 대선 후보들이 정책보다 프레임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기후와 민생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를 향해서는 “허위 사실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도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권영국 대선 후보.


■ 1차 토론 직후 민심의 변화.. 보수 진영 결집, 중도는 여전히 유동적


이번 주 중반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0~22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5%,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6%,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10%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 18일 1차 TV토론 직후 실시된 것으로, 본격적인 공개 검증 이후 민심의 초기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풀이됩니다.

직전 조사 대비 이재명 후보는 6%포인트(p) 하락한 반면,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7%p, 2%p 상승했습니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 또한 같은 기간 6%p 하락해 42%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동일한 폭으로 상승해 36%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차 토론 이후 김 후보의 강경한 이재명 견제가 일정 부분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23일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왼쪽부터 이재명(더불어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권영국(민주노동당), 이준석(개혁신당) 후보가 단상 앞에 나란히 서 있다.


다만 이번 조사는 2차 토론(23일) 이전에 실시된 것으로, 이후 격화된 네거티브 공방이 실제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감정적 충돌이 반복될수록 중도층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 후보가 남은 유세 기간 얼마나 정책 중심의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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