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입고 선글라스 쓴 유쾌한 '책쾌'…우리 손끝에서 탄생"
![전주 독립출판 도서전 '제3회 전주책쾌' 포스터 [고우리 디자이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4/yonhap/20250524091019244vgge.jpg)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도포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책쾌, 봇짐을 메고 보드를 타는 책쾌, 등에는 백팩을 손에는 책 보따리를 든 책쾌….
인터넷에서 '힙선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캐릭터는 이젠 전주 독립출판 도서전 '전주책쾌'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됐다.
전주책쾌는 올해 제3회를 맞았는데, 책쾌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은 조선시대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독자를 찾아다닌 책보부상에서 따왔다.
이 책보부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와 포스터는 모두 고우리 디자이너와 그의 남편 박경빈 디자이너의 손에서 나왔다.
고씨는 "전통과 현대, 옛것과 지금 것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도포와 선글라스를 떠올렸다"며 "특히 올해 포스터의 경우 책쾌들이 깃발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행렬 형태로 배치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독립출판인들의 의미를 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많은 분이 이 캐릭터를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기쁠 따름"이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제3회 전주책쾌는 다음 달 7∼8일, 남부시장 내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열린다.
3회째임에도 책쾌는 전국의 독립출판서점과 독서 팬들이 몰려오는 행사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참여 서점도 1회 때 67팀에서 올해는 92팀까지 늘었다.
박씨는 "첫걸음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책쾌는 단순히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특히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독립출판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욱 응원하는 마음을 더해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고우리(왼쪽), 박경빈 디자이너 [촬영 나보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4/yonhap/20250524091019446pnoo.jpg)
두 작가 모두 전북이 고향이다. 박 작가는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살이하다 12년 전쯤 고향으로 내려왔고, 고 작가는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박 작가는 "서울에서 더 다양한 작업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늘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계절의 변화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며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 모두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크다. 전시나 행사·책 디자인 등을 의뢰받을 때마다 그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디자인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지난 2월 개관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로고도 두 사람의 작품이다. 완산벙커는 전시에 군과 지휘부가 상황을 지휘하기 위해 만든 땅굴형 시설인데, 전주시가 이를 문화관광시설로 조성해 개관했다.
박 작가는 "'BUNKER(벙커)' 스펠링 밑부분을 아치형으로 표현해 벙커의 지형과 문화나 예술을 보호하는 공간이라는 두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며 "성격상 둘 다 영업을 못 하는 편인데, 곳곳에서 우리의 결과물을 본 분들이 알음알음 의뢰를 하고 있다. 우리도 간혹 신기하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두 작가가 참여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로고 [고우리 디자이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4/yonhap/20250524091019690keln.jpg)
두 작가는 책쾌나 완산벙커 작업처럼 본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의뢰인과 꾸준히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뢰인이 서체부터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결정하는 경우 디자이너의 역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의뢰인과 디자이너가 수직적 관계가 되기도 한다"며 "수직적인 구조에서 작업을 하고 나면 우리의 색깔을 잃는다는 느낌이 들어 정신적인 허탈감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책쾌는 총괄기획자가 기획 의도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었고, 또 디자인에 대한 특별한 요구사항이나 지시가 없어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두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에도 소극적이다. SNS는 분명 유용한 홍보 도구지만 자칫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덧씌울 수 있어서다.
박 작가는 "의뢰가 들어오면 포트폴리오를 보여준 뒤 기획 의도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작업을 시작한다"며 "이런 방식이 돈을 버는 데는 취약할 수 있지만 오히려 우리를 믿는 분들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작가 역시 "일을 계속 손에 쥐고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에게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담아내고 싶다"며 함께 미소 지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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