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제 '효능 입증' 앞두고…식품·제약사들이 hy 찾아간 이유는 [New & Good]
hy 개발 ‘아이스플랜트농축액’
2년 前 숙취 해소 기능성 인정
내일N·천지개벽 등 원료 사용
김치서 추출한 유산균 ‘킬팻’
다이어트 건기식 원재료 활용
24년 B2B 소재 매출 116억
“프로바이오틱스 국산화 목표”

숙취해소제 때문에 문의 좀 드리려고요.
2024년 서울 서초구 hy(옛 한국야쿠르트) 본사에는 이 같은 내용의 전화가 수십여 통 걸려왔다고 한다. 야쿠르트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 hy 제품에는 숙취 해소 효능이 없다. 장이나 위 건강에 좋은 음료다. 그렇다고 장난 전화라고 하기엔 발신자가 국내 굴지의 식품·제약 업체들이었다.
이들이 hy 문을 두드린 사연은 이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부터 과학적 효과를 입증한 제품에만 '숙취 해소'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전까지 제품이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 시험한 인체 적용 시험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까다로운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터라 기존 업체는 물론 시장 진출을 노리던 회사들까지 패닉 상태였다.

이때 hy가 개발한 아이스 플랜트 복합 농축액이 구세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2021년 숙취 해소 효능을 지닌 천연물 약 20개를 추려 관련 연구를 시작한 터였다. 여러 차례 시행 착오 끝에 사막에서 자라는 다육식물 아이스 플랜트와 갈화(칡꽃), 쑥을 1대 3대 3 비율로 섞으면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2023년 국내 최초로 식약처 숙취해소 임상 가이드 라인을 통과했다. 이 혼합물로 숙취해소제를 만들면 식약처 문턱을 넘기가 수월해진다는 의미였다.
4월 24일 경기 용인시 hy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양준호 연구기획팀장은 "지난해 기업간거래(B2B) 문의 중 90%가 숙취해소제 원료 문의였다"며 "미팅을 가진 업체만 30개에 달한다"고 했다. 유한양행(내일N) 동국제약(이지스마트) 천지개벽(천지개벽) 등이 hy 원료를 활용해 식약처 숙취 효능 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조만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숙취해소제를 만드는 업체 두 곳과도 공급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했다.
유산균 '국산화' 목표

65mL 용량의 야쿠르트로 유명한 hy가 2020년부터 집중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B2B 소재 개발이다. 1976년 중앙연구소가 설립된 후 hy가 신생아 분변이나 김치, 장(醬)류 등에서 확보한 균주만 5,000여 종(천연물 250여 종). 이 중 실험·임상 등을 거쳐 체지방 감소 등 특정 효능이 확인된 균주나 천연물을 분말 형태로 가공해 다른 기업에 파는 게 소재 사업의 뼈대다. 식품·제약업체들은 hy 소재를 원재료 삼아 건강기능식품 등을 만든다. 양 팀장은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국내 프로바이오틱스(인체에 이로운 미생물) 시장을 되찾자는 취지"라고 했다.

그렇게 hy가 국내 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린 프로바이오틱스가 '킬팻'이다.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KY1032)에 다른 균주(HY7601)를 조합한 복합물로, 2019년 식약처로부터 체지방 감소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2002년 연구개발(R&D)에 나선 뒤 17년 만이다. 킬팻을 활용해 출시된 건기식 제품만 43개. 양 팀장은 "다이어트 건기식은 덴마크 유산균 회사 크리스찬 한센의 원료가 대다수였는데 격세지감"이라며 "하반기 중 혈중 중성지방 감소 기능도 추가된 신(新)킬팻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hy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피부 프로바이오틱스는 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는 산모의 모유에서 분리한 유산균(HY7714)으로 2015년 피부 탄력 개선 등 식약처 기능성 인증을 마쳤다. 양 팀장은 "물량이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 건기식 원료로 쓰려는 수요가 있다"고 했다. 또 2020년 식약처에서 위 불편감 개선 관련 기능성을 인정받은 천연물 소재 꾸지뽕잎추출물'도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가 운영하는 건기식 브랜드 '에스더포뮬러' 일부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원 50%가 소재 개발

현재 중앙연구소 내 연구 인력 70여 명 중 절반이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각종 실험·임상을 거쳐 특허와 비슷한 식약처 개별인정형 원료 인증을 받기까지 최소 4년이 걸린다고 한다. 3~6개월 연구를 거쳐 신제품을 내놓는 다른 식품업체와 비교해 고비용·고위험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hy가 소재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 팀장은 "지난해 B2B 소재 매출은 116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1조6,826억 원·연결)의 1%가 채 되지 않지만 고부가가치 사업이라 수익성 측면에선 상당히 효자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2030년까지 매출 30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R&D 파이프 라인이 8~10개에 달하고 이 중 해마다 3, 4개씩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기에 달성 가능하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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