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한인 포로가 미국에 기부한 사연 [창+]
유동엽 2025. 5. 24. 07:01
(시사기획 창 '[광복 80주년 특별기획]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중에서)
호놀룰루 시내의 한인교회. 이 교회는 초기 이민자들이 도착했던 190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 한의준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교회 목사 "(1903년) 1월 13일에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처음으로 도착하는 거죠. 102명. 인천 내리교회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교회, 저렇게 처음에 한인 선교회라는 교회로, 교회가 시작되고..." |
낯선 땅에서 교회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였고,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교육기관이기도 했습니다.
한의준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교회 목사
"이민자 자녀들, 자녀들에게 우리 한국 문화와 또 언어, 그리고 미국 문화 또 미국 언어 이것들을, 그 당시 학교가 없었으니까 그 학교 역할을 했던 게 바로 교회입니다."
교회를 기반으로 한인들은 하와이에 도착한 지 3년 만에 자신들만의 학교를 건립했습니다. 당시 촬영한 사진에서는 앳된 얼굴의 한인 학생들과 학교 운영을 맡았던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김상열 /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 "교회가 한글을 가르치고 민족 정통성을 가르치는 그런 학교로서의 기능을 했고, 그게 다시 1906년에는 한인기숙학교라고 하는 민족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훨씬 더 늦게, 또 더 적은 숫자가 하와이로 들어왔지만 하와이에서 이민족이 학교를 처음 설립한 것은 우리 민족이었어요." |
이어 떠나온 고국이 기울어가자, 교회는 독립 자금을 모으는 독립운동의 보금자리였습니다.
김상열 /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
"1905년이 되면 우리가 외교권을 박탈당하는 을사늑약을 체결하게 되죠. 스스로 권익을 지키고 또 기울어가는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한인들이 단결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 과정에서 주민세로 거뒀던 돈과 기부를 받았던 독립자금이 간도와 연해주로 전달돼서 독립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시작한 것이죠."
121명이 첫 공식 이민을 떠났던 1902년 12월, 이들의 꿈은 독립운동이 아니라, 그저 새로운 삶이었습니다.

| 김상열 /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 "1886년 이후에 한반도 북부 지역은 지속적으로 흉년이 들었어요.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1876년부터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그 부족한 곡식을 일본으로 빼가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곡식 사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이민이기도 했고요." |
이들이 도착한 지 7년 만에 고국이 아예 사라져버리자, 평범한 삶을 꿈꿨던 평범한 이민자들이 나라를 되찾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겁니다.

| 한의준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교회 목사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독립유공자가 저희 교회가 40명 가까이 돼 있습니다. 어느 독립운동 단체나 어떤 단일 공동체가 40명 가까운 정부가 인정한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곳이 없어요." |
120년 이민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교회의 자료실. 이덕희 소장은 1944년의 교회 주보에서 ‘포로’라는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금번 남태평양 군도에서 포로가 되어 온 청년들을 위하여 무슨 모양으로나 도울 생각이 있는 분은 연락하라. (사로잡혀온) 우리 한인들을 위하여 악기 기부할 것이 있으면 목사에게 말씀하시오."

교회 회계장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모금한 헌금 내역도 확인됩니다.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이건 ‘코리언 프리즈너 오브 워’ 155불 45전. 헌금을 받은거야. (한인) 사회 전체적으로 청년들이 돈을 모아 가지고 선물도 보내고 또 그전에는 우리 국민보 신문도 보내주고 또 영어 책자도 보내주고 이런 식으로 많이 도움을 줬고..."

하와이에서 한인교회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 포로.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 동원된 한국인이었습니다.
미군이 촬영한 하와이 포로수용소의 실제 영상. 아무런 표식이 없는 군복에 전쟁포로라는 뜻의 PW가 적혀 있고, 손으로 직접 적어 넣은 듯한 KOREA.

카메라를 보고는 멋쩍게 웃어 보입니다. 80년 전에 촬영된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입니다.

김도형 / 전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
"군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군속들, 노무자들인데 그 사람들이 노동만 한 게 아니고 전쟁터에서 총을 쥐어주니까 군인과 똑같이, 말은 군속인데 일본군과 똑같은 활동을 하는 거예요. 전투하다가 이제 포로로 잡혀가지고 하와이로 끌려간거죠."
포로수용소는 호놀룰루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 ‘호노울리울리’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지금은 수풀이 무성한 자리가 2,700여 명의 한국인 포로들이 지내던 곳입니다.

미국 정부는 2015년부터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사적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오구라 /호노울리울리 사적지 감독관
"포로수용소는 1943년 3월 2일부터 운영되다가 1946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1946년 문을 닫을 때 대부분의 시설이 철거돼서 아쉽게도 건물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수용소로 사용했던 건물과 막사는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건물의 흔적과 일부 시설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수용자들이 포로 신분이었음에도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틴 오구라 /호노울리울리 사적지 감독관
"포로들은 군인들의 허가를 받아 수용소 밖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그들은 하루에 8시간 이내로 일을 했습니다."
수용소 자리에서 멀리 바라다보였던 바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우리에게는 신혼여행지로도 잘 알려진 와이키키 해변입니다.
이덕희 소장은 80년 전 한국인 포로들의 손길이 이곳 해변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습니다.
이덕희 /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호노울리울리 수용소에 와 있던 우리 2,700여 명의 한인 포로들이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왜냐하면 미 군대에서 이 사람들을 소위 관리를 하는데 하루 종일 그냥 가만 놔둘 수는 없으니까.이번에 새로 인터뷰 기록에서 찾아낸 것이 뭐냐 하면 와이키키의 모래 보충작업을 했다."
해변 침식이 심했던 1945년, 백사장의 모래를 보충하는 작업에 한인 포로들이 참여했다는 겁니다.
이덕희 /하와이 한인이민 연구소 소장
"와이키키 해변에서 우리 한인 포로들이, 남태평양에 강제징용을 당해 가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이제 포로가 돼서 여기 머물면서 와이키키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로운 역사이자 사건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한인 포로들이 이렇게 일을 해서 받은 돈을 모아 전쟁 중인 미국에 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김도형 / 전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
"그게 나가면 하루에 한 1달러 정도씩 임금을 받았대요. 그래서 그걸 모아가지고 미군 적십자회에다가..."
“하와이 수용소의 한국인 포로들이 미국 적십자사에 약 3천 달러를 기부했다.”

한인 포로들의 기부는 당시 현지 신문에 보도될 만큼 특별한 소식이었습니다.
김도형 / 전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
"놀랐죠. 포로가 어떻게, 돈도 없을 뿐 아니라 포로가 어떻게 적국을 상대로 기부를 해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방송일자: 2025년 5월 20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 : 유동엽
촬영 : 김대원
편집 : 이종환
하와이 코디 및 통역 : 이정태
취재작가 : 윤현서
자료조사: 임다경
조연출 : 김세빈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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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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