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논쟁 재점화…헌재와 대법 팽팽한 기싸움
헌재 "기본권 보장 위해 필요"… 대법 "사법체계 흔든다"
KSS해운의 20년 된 세금사건도 재조명
'속도'보다 '신중함'… 제도 도입 실익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추진하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의 오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 기관은 재판소원을 둘러싼 입장 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헌재는 줄곧 재판소원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대법원은 헌법상 사법 체계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헌재 "기본권 보장 위해 필요"… 대법 "사법체계 흔든다"
대법원은 국회에 공식 의견서를 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개정안이 헌법 제101조의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원칙을 위반한다고 우려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사실상 4심제 도입에 따른 불필요한 법적 분쟁, 재판 지연, 사법기능 약화 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이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 장치라는 입장이다. 헌재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를 따르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헌법소원절차 중 가처분 허용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법 시행 이전에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에는 재판소원 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보완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낸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면 재판소원 사건이 폭증할 것이 예상돼 헌재는 헌법소원의 취지에 맞는 운용을 위해, 재판소원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4심제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은 부정적인 프레임을 만들 수 있고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소원은 사실에 대한 확정이나 법령을 해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헌법상 원칙을 지키며 진행됐는지, 기본권 침해는 없었는지 등을 살피는 헌법심을 하는 것으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과 헌재가 재판소원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낸 것은 2013년부터다. 헌재는 그해와 2017년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재판소원 등을 인정하면 헌재가 대법원의 상위에 서는 등 사실상 4심제가 되는 만큼 두 기관의 권한을 명확히 나누고 있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KSS해운' 사건은 두 기관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사건은 1989년 KSS해운이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자산재평가 혜택을 받은 뒤,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2004년 154억 원의 세금이 부과된 데서 비롯됐다. 이후 대법원은 2011년 과세를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헌재는 2012년 해당 법률 부칙 해석이 위헌이라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정위헌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KSS해운은 헌재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헌재는 다시 대법원 판결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취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세청은 세금 부과를 취소하지 않아, KSS해운은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최근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속도'보다 '신중함'… 제도 도입 실익은

법조계에서는 제도 도입의 실익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헌재가 대법원 위에 서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도입을 위해선 개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헌재가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사실상 갖게 돼 대법원과 법원 위에 놓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현행 헌법 규정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한 해 4만 건 정도의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이 중 일부만 재판소원 제도를 통해 헌재에 넘어가도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는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이번처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판소원으로 사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헌재 인력 구조로는 정작 중요한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심리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개헌을 통해 전원재판부를 확대해야 하며 무조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 아니라 재판소원 청구 요건 등에 대한 신중한 점검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소원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헌법질서를 국민 삶에 실현시키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국민의 권리 보호 장치가 보다 정교해지고, 헌법의 실질적 효력이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설계에 있어 '속도전'보다는 실효성과 신중함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재판 지연과 막대한 재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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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요진 기자 trut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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