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 이재명은 ‘내란’, 김문수는 ‘독재’ 연일 강조…프레임 전쟁의 결과는

정윤성 기자 2025. 5. 24.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약’ 보다 ‘프레임’ 강조…자신에게 유리한 ‘구도 짜기’ 위해 연일 메시지 전쟁
金, ‘히틀러·스탈린 소환’ 李에 ‘독재자 프레임’ 덧씌우기
李, 이순신 호출해 ‘위기 상황’ 환기 ‘정권 심판론’ 강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선거는 구도, 이슈, 인물로 치른다. 선거의 3요소다. 대선처럼 큰 선거에서는 구도가 핵심 변수가 되는 일이 많다. 특히 이번 대선은 구도가 중요하다. 초유의 계엄 사태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어떤 구도가 짜이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번 대선도 '프레임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유명한 인지과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정치적 논쟁(승부)에서 디테일 싸움보다는 논쟁의 틀(프레임)을 유리하게 재구성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전략적으로 잘 짜인 담론을 제시해 유권자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해내는 쪽이 정치적 승리를 거둔다고 강조한다. 상대 프레임에 한 번 말려 들어가게 되면 승산이 없다고도 설명한다. 

그 대표 사례가 바로 '세금 폭탄' 프레임이다. 보수가 내건 프레임이 한 번 자리 잡으면, 진보 쪽이 아무리 "세금 폭탄이 아니다"라고 반박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상대 프레임에 들어가서 다투는 일은 상대 프레임을 더 강화해줄 뿐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세금을 둘러싼 논쟁이 이 경로를 따랐다. 

반전은 어떻게 가능할까. '대안적 프레임'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상대의 프레임을 깨부수고 반전이 일어난다. '부자 감세'는 '세금 폭탄'에 대항한 진보가 만들어낸 대안적 프레임이다. 이때부터는 보수가 "부자 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해도, 역시나 같은 경로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역시 이명박 정부 때 겪었던 일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돼야 하는 이유가 아닌 상대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핵심 프레임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김문수 후보가 안 되는 명분'의 핵심에는 '내란'이 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가 안 되는 이유'의 중심에는 '독재'가 있다. 양측 모두 상대가 극복하기 어려운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양측은 프레임 전쟁을 시종일관 펼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히틀러·스탈린 등 독재자를 활용해 '반(反)이재명' 프레임을 연일 띄우고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이순신과 정약용 등 역사적 위인에 자신을 빗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계엄으로 치러졌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고양 일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인근 집중유세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진행된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는 '독자재' 소환, 이재명은 '이순신' 호출하는 이유

"민생과 경제를 챙길 후보, 충직한 국민의 일꾼은 누굽니까." (12일 이재명 동탄 유세)

"시장 대통령, 민생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12일 김문수 가락시장 유세)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 지난 12일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일제히 경제·민생 대통령을 키워드로 유세 레이스를 출발했다. 이 후보는 IT기업이 군집한 경기 성남 판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화성 동탄을 가장 먼저 찾아 미래 산업 중심의 혁신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김 후보 역시 새벽부터 서울 송파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 민생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는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애썼다. 10대 정책 공약 역시 두 후보 모두 1번으로 '경제'를 올렸다.

하지만 두 후보의 경제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연설부터는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김 후보는 '독재자' 키워드를 내세워 이 후보를 연신 직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14일 경남 밀양 유세에서 "대통령까지 또 이 사람이 해서 입법·행정·사법을 전부 다 하게 되면 바로 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민주당 규탄대회에서도 "히틀러·스탈린·모택동·김일성·레닌·진시황 다 공부해 봤는데 (이재명의 독재는) 공산국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연단에 방탄 유리를 처음 꺼낸 유세 2주차부터는 '방탄'을 연설의 키워드로 삼으며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20일 서울 서초구 연설에서 "방탄 3세트인 방탄 조끼·방탄 유리·방탄 입법까지 이런 방탄 후보는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그냥 저 편안하고 안전한 곳으로 보내줘야 된다"며 "죄 많은 사람은 방탄조끼를 입을 것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국가 방탄 시설, 교도소에 가서 앉아 있으면 된다"고 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후방에서 응원하는 모습. ⓒ시사저널 백진우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내란 종식'이라는 프레임으로 치르고자 한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구도가 이번 대선을 관통하면 계엄 사태의 후폭풍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는 만큼 본인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자주 내세우는 인물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통영 유세에서 "이순신 장군의 호국안민 정신이 우리가 처한 이 위기를 확실히 이겨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으로 촉발된 지금의 정국이 '위기 상황'임을 환기시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이순신 장군의 위기 상황을 자신의 위기에 빗대, 자신을 위협했던 윤석열 정부의 계엄 세력과 검찰 등도 비판했다. 그는 창원에선 "전 이순신을 경외한다. 이분이 매우 유능한 장수였는데, 도중에 모함 당해 죽을 뻔했다. 지금도 그러면 안 된다. 적을 다 없애고 입장이 다르다고 싹 제거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했다. 역시 '내란 종식'으로 '정권 심판론'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이 후보는 김 후보의 '방탄 공세'에 대해서도 '내란'과 '정권의 책임'을 떠올리게 하는 수비를 펼치고 있다. 그는 21일 인천 부평 유세에서 "방탄유리를 설치하고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가운데 유세해야 하는 게 이재명, 그리고 민주당의 잘못인가"며 "반성해도 모자랄 자들이 국민을 능멸하고 목이 찔린 정치인을 두고 장난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피하고 싶은 프레임"…김문수는 '尹', 이재명은 '오만'

각 후보가 연설에서 언급을 자제하는 키워드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후보는 연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최소했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윤석열 리스크'를 먼저 꺼내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을 공식 유세에서 언급한 것은 지난 14일 경남 밀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것 중에 잘한 건 지방에서 중·고교 졸업한 학생이 아니면 부산 의과대학이라든지 이런 데(지역 의과대학)는 절대로 입학을 안 시켜준다는 것"이라고 한 게 전부다.

이 후보는 유세 초반부터 김문수 후보나 국민의힘 관련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지칭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짰다. 그간 지지율이 앞서 온 만큼 네거티브를 최대한 자제하고, 오만한 모습처럼 비춰지지 않기 위한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17일 전남 나주 유세에서 'RE100'을 언급하며 "누구는 잘 모르던데, RE100 하라고 했더니 'I'll be back'하고 있더라고"라고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 TV토론에서 'RE100'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10일 경남에 방문해서도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문을 두고 "내란당이 내란 후보를 옹립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키워드로 '시대교체'를 강조했다. 동시에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를 공격하는 유세 스타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19일 광주 유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으로 무리수를 두다가 감옥 갈 운명"이라며 국민의힘을, "단 하나의 필승 카드로서 '이재명 총통의 시대'를 막겠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더해 현재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이 후보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못 박았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모든 연설에서 '노동'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3일 봉제 노동자 간담회에서 "봉제공은 진보 정치인에겐 전태일 열사의 기억으로 인해 각별한 직업"이라며 "불안정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대선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21일 제주 유세에서는 "싸우는 노동자가 이를 악물고 고공에 오르는 세상을 바꾸어 모든 고공농성 노동자가 땅을 내려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진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