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로 무의미한 생명 연장 생각 없어”… 연명 중단서 쓰는 어르신들
서울에 사는 김명희(61)씨는 재작년 남편과 함께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을 서약한 이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했다. 당시 지역 구청에서 마련한 ‘웰다잉’ 강의를 들으면서 ‘삶은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 계기였다. 그는 “주어진 만큼만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라며 “의술로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고령층이 죽음을 준비하는 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묫자리를 봐놓고 수의를 마련해두는 등 전통적인 장례 절차 준비는 줄어든 반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과 준비는 늘어나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실태 조사에서 ‘죽음에 대비해 장지(葬地)를 준비해뒀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2020년 24.8%에서 2023년 20.8%로 4%포인트 낮아졌다. ‘남은 자식들 위해서라도 묫자리를 미리 봐둔다’는 예전 관념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는 장례 방식 변화와도 관련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의 93.8%(잠정치)는 화장으로 장례를 치러, 2004년 화장률(49.2%)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의(壽衣)나 영정 사진을 미리 준비한다는 노인도 같은 기간 전체 응답자의 37.8%에서 29.3%로 8.5%포인트 낮아졌다. 서울에 사는 정경자(66)씨는 “영정 사진을 따로 찍을 계획은 없다”며 “더 젊고 예쁜 시절을 담아둔 사진이 있으니 충분하다”고 했다.
반면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으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답은 2020년 4.7%에서 2023년 11.1%로 두 배 이상이 됐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심폐소생술 등 연명 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문서다. 신분증을 갖고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을 방문해 상담받은 뒤 작성한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웰다잉’ 교육을 듣는 어르신도 갈수록 늘고 있다. 웰다잉 지도사 등 민간 자격증을 가진 강사가 유언장 작성 방법과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의 의미 등을 알려준다.
한편 유재철 대한민국장례문화원 대표는 이날 복지부가 주최한 ‘웰다잉 정책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장례식장에 가면 고인의 죽음과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문화가 없다”며 “죽음 직전 지인들을 만나는 ‘생전 이별식’이나 고인의 이야기·추억을 소개하는 애도식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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