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초현실주의 미술 산책’
꿈·무의식·우연을 통해 인간 정신의 자유로운 흐름을 찾는 초현실주의는 한국 미술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잊혀진 20세기 한국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재조명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흥국생명 빌딩에서는 그 손주뻘 세대인 21세기 동시대 미술가들의 초현실주의 경향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태광그룹 세화미술관의 ‘유영하는 세계: Bed, Bath, Bus’이다.
![세화미술관 전시 ‘유영하는 세계’에서 선보여지는 심래정 작가의 ‘바-스 하우스’. [사진 세화미술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4/joongangsunday/20250524005720779kmah.jpg)
![세화미술관 ‘유영하는 세계’에 전시된 김명범 작가의 ‘키’는 낯익은 사물을 낯설게 결합하고 있다. [사진 세화미술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4/joongangsunday/20250524005722295lszh.jpg)
심래정(42)의 드로잉과 영상과 설치를 아우르는 작품 ‘바-스 하우스’는 20세기 초 ‘미친 과학자’가 등장하는 표현주의 영화와 논리가 해체된 초현실주의 영화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기괴한 내용과 귀엽고 유머러스한 그림체의 애니메이션 형식을 결합했다. 또한 그 내용은 건강 강박증이 있는 21세기 현대인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편 안지산(46)의 회화는 비행접시 같은 형태의 먹구름에 둘러싸여 맨다리 하체만 드러낸 채 흐린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인간 형상의 초현실주의적인 모습부터 에너지 음료와 에어팟을 든 채 비를 맞고 있는 인물의 현실적인 모습까지 아우른다. 또한 장성은(47)의 케이크를 찌그러뜨려 품에 안은 여성의 사진을 비롯해 생일 케이크와 관련한 일련의 사진 작업은 미술관의 설명대로 “생일이 ‘행복한’이라는 형용사와 묶여 그려지는 보편적 수사가 주는 어떠한 불편함을 형상화”한다. 현대인이 가장 공감하기 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개념적 사진과 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 천경우(56)와 30대 젊은 작가 이빈소연, 한선우가 작품을 선보인다. 또 해외 작가로 미국계 영국 작가 이시 우드, 프랑스 작가 로르 프루보, 미국 작가 파이퍼 뱅스가 참여한다. 총 10명 작가의 47점 작품이 전시되며 각 작가에게 영감을 준 책과 오브제 등의 참고 자료도 소개된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계속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초현실주의전은 7월 6일까지다.
세화미술관은 과거 일주&선화 갤러리였다가 2017년 확장 개관한 후 최근 3년간 활발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남쪽으로 걸어서 10~15분 거리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덕수궁, 그리고 동쪽으로 10분 거리의 일민미술관을 하나의 아트 존으로 묶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현재 개인전 ‘강명희-방문’과 그룹전 ‘말하는 머리들’을 진행 중이다. ‘방문’은 60여 년간 화업을 이어왔으나 2007년까지 프랑스에서 거주했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강명희(78)의 다채로운 자연 풍광을 담은 추상적 회화를 재조명한다. 또한 ‘말하는 머리들’은 사회에서 간과되는 목소리와 움직임을 가시화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전시로서,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관람자가 드로잉을 하며 전시 리뷰를 말하는 등 관람자의 적극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프로그램들을 함께 진행한다.
한편 일민미술관에서는 30일부터 여름 특별전으로 패션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 ‘시대복장’이 개최된다. 요즘 주목받는 한국 패션 스튜디오 3곳-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혜인서·지용킴-이 참여한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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