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K 젊은 예술가, 그들과 만남 자체가 영감”

서정민 2025. 5. 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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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화장품 ‘시슬리’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
시슬리 창업주의 막내딸이자 글로벌 부회장인 크리스틴 도르나노. [사진 시슬리 코리아]
“열정적이고 활기찬 한국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한다면 우리도 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럭셔리 프랑스 스킨케어 코스메틱 브랜드 시슬리의 글로벌 부회장 크리스틴 도르나노의 말이다. 그는 시슬리 창업주 위베르 & 이자벨 도르나노 백작 부부의 막내딸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크리에이티브 관련 총책임자다. 지난 19일 열린 ‘시슬리 젊은 작가상’ 한국 첫 수상자 곽소진 작가의 ‘클라우드 투 그라운드(Cloud to Ground)’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방한했다.

시슬리 문화재단의 아트 프로젝트 ‘트와 생끄 프리들랑(Trois Cinq Friedland)’은 2019년 파리 국립 고등 예술원과 함께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제정했다. 올해로 5회째 진행된 이 상은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커리어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까지 파리 국립 고등 예술원 출신의 젊은 작가 중 다섯 명을 수상자로 배출했고, 이들은 세계적인 갤러리와 계약을 맺고 빠르게 미술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4년 11월 한국에서도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출범시켰다. 한국 미술계의 역동성에 주목해 한국 신진 작가들의 우수성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이외의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도르나노 부회장은 “파리에서 진행한 젊은 작가상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이 상을 통해 정말 좋은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한국은 아주 활기찬 예술 신을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 한국은 아주 자리를 잘 잡은 시장인 데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이걸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일 먼저 찾았다”고 했다.

베스트셀러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한정판 용기는 예술가 라지비우가 작업했다(사진 왼쪽), 시슬리의 아이코닉 향수 ‘오 뒤 스와르’ 용기는 폴란드 조각가 크리지스토프의 작품이다. [사진 시슬리 코리아]
한국에서의 첫 ‘시슬리 젊은 작가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심사위원단으로 도르나노 부회장(심사위원장)을 비롯해 홍병의 시슬리 코리아 사장, 임민욱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 세계적인 미술 비평가 및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 곽준영 리움 미술관 전시기획실장, 윤혜정 국제 갤러리 이사 등 10인이 참여했고 지난해 11월 20일 곽소진 작가(비디오 영상 아트)를 1회 수상자로 발표했다.

우승자에게는 5000유로(한화 약 750만원) 상당의 지원금과 2025년 상반기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는 특전을 지원했고, 그 결과로 5월 20일부터 6월 14일까지 한화 손해보험 한남사옥에서 ‘클라우드 투 그라운드’ 전시가 시작됐다.

시슬리 글로벌이 한국 아트 작가들을 후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에는 갤러리 엠나인의 해외 특별 기획전 ‘부분의 합:회복과 결속’ 전시가 파리 시슬리 그룹 본사 갤러리에서 개최된 바 있다. 주 프랑스 한불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FDA(갤러리 엠나인이 한불간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 시슬리가 함께 주관하는 K아트 특별전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8인의 작가들이 파리에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도르나노 부회장은 “시슬리 문화재단의 아트 프로젝트 이름 ‘트와 생끄 프리들랑’은 시슬리 본사에 있는 갤러리 이름”이라며 “이 공간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전시를 자주 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를 “예술가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그들과 협업도 자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시슬리의 향수 ‘오 뒤 스와르’의 뚜껑은 폴란드 조각가 브로니슬로 크리지스토프가 여자의 얼굴과 눈을 통해 별을 묘사해 클래식하고 귀족적인 밤의 향기를 표현한 것이다. 1980년에 제작돼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화장품 ‘에뮐씨옹 에꼴로지끄’의 한정판 보틀 문양은 매년 폴란드 회화작가 엘즈비에타 라지비우가 작업하고 있다. 도르나노 부회장은 “이처럼 ‘트와 생끄 프리들랑’은 예술가들이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일종의 아트 실험실 같은 공간인 동시에 우리에게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주어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소스가 되어 주고 있다”고 했다.

왜 유독 ‘젊은 작가들’에게 주목한 건지 물었더니 그는 “파리 국립 고등 예술원같은 최고의 학교도 배출된 아티스트의 70%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찾지 못해 8년 내에 작업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며 “핵심적인 단계에서 아티스트들을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 방문이 여섯 번째라는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며 “한국의 산들이 너무 좋아서 직접 등산을 간 적도 있다. 이렇게 큰 도시 곳곳에서 눈을 돌릴 때마다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있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여성들은 뷰티에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만큼 까다로운 고객들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내일도 다 같이 둘러앉아 ‘한국 고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회의를 할 거다.”(웃음)

곽소진 작가의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시슬리 화장품을 사는 분들에게 꼭 당부하는 게 있다. 피부에 바르기 전 손을 코 앞에 대고 향을 충분히 느껴보라고. 엄선한 좋은 식물들에서 추출한 향은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피부에 이보다 더 좋은 솔루션은 없다. 아트를 마주하는 일도 같다고 생각한다. 잠시 멈춰서 충분히 느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너무 급하게 지나치지 말고 시간을 들여 좋은 향을 느끼듯 천천히 감상한다면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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