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89] ‘미술관 피로’와 인터미션
‘뮤지엄 퍼티그(Museum Fatigue)’라는 용어가 있다. 미술관 내부에서 계속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찾아오는 피로감을 뜻한다.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그림을 들여다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리도 아프고 정신적 피로도 증가되는 현상이다. 영화 감상이나 디지털 전시는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우니 그저 영상이 움직이는 대로 보면 된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전통적인 예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건 나름의 집중이 요구되고 피로가 뒤따른다. 작품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고, 작가가 데려다 주는 곳으로 감정이입을 하는 지적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유명 미술관마다 관람객도 많고, 특히 옛 성이나 궁전, 맨션을 개조한 건물인 경우 환기가 잘 안 돼서 실내 공기도 좋지 않다.
잘 설계된 미술관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한 디자인이 도입되어 있다. 관람 동선 중에 등장하는 정원이나 중정과 같은 야외 공간, 또는 바깥 경치가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등이다. 자연을 보면서 시각적 피로를 줄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쉴 수 있다. 미술관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루이스 칸 설계의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에 설치된 작은 폭포가 흐르는 조용한 중정이 좋은 예다.

미술관의 관람객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고 피로를 느끼는 정도도 다르다. 한 시간 넘으면 집중하기 어려운 예술의 여정에서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적 장치는 지루함을 줄이고 다시 작품 감상에 몰두할 동력이 된다. 마치 음악회의 인터미션과 같은 역할이다.

노르딕 음식의 본거지인 덴마크의 어느 시골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다. 요리가 코스로 제공되었는데, 한 시간가량 식사를 하던 중 셰프가 자리로 와서 “인터미션!” 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시던 와인 잔을 들고 정원에서 바람을 조금 쐬다 오라면서.
예술의 경지를 추구하는 셰프의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미션 후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로운 실버웨어와 냅킨, 꽃이 세팅되어 있었고, 상쾌한 기분으로 후반전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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