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귀신들' 황승재 감독 "일상에 스며든 AI, 한 번쯤 돌아봐야"
전작 '구직자들' 세계관 확장시킨 '귀신들'
AI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내

'귀신들'이지만 귀신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제목과 거리가 먼 일상생활에 계속 스며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AI와 공존하는 인간의 미래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황승재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최근 선보인 영화 '귀신들'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전작 '구직자들'이 SF어워드에서 상을 받으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이와 비슷하고도 새로운, 확장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세계관을 확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4월 9일 개봉한 '귀신들'은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에서 인간을 형상화환 AI(인공지능)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메가폰을 잡은 황 감독은 2021년 제8회 SF어워드 영상부문 대상을 받은 자신의 전작 '구직자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미래를 구현함과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에 직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또한 길고양이처럼 버려진 애완용 AI들의 처리 문제로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음성인식'과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다른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남녀(백수장·이재이 분)라는 걸 알 수 있는 '페어링' 그리고 죽기 전 자신을 대체할 AI에게 계속 자신의 정보를 추가해야되는 '업데이트'까지 펼쳐진다.
"사회면에 나올만한 이야기들이죠. 서사는 '블랙미러'나 AI를 소재로 한 외국 드라마와 비슷해요. 그러면서 한국적인 것을 고민했고 노인 문제와 주택문제, 아동학대와 동물 학대를 건들이고 싶었어요. '그것이 알고싶다'도 참고했고요. 작가들이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새롭게 개발하고 학습도 하는데 결국 이를 한국화 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앞서 황 감독은 2220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구직자들'을 통해 취업난이라는 사회문제에 복제인간이라는 SF적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인간다운 삶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을 확장시킨 '귀신들'에 기억과 감정이 탑재된 AI를 두고 윤리적인 고민을 담으며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밀도 있게 펼쳐낸다. "인간 형태의 AI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어떤 용도로 주문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가도 인간을 형상화한 AI와 인간의 공존은 편리함을 넘어 결국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일깨워준다.

이에 황 감독은 "의도한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 과거에 생각했던 미래가 와도 이를 미래라고 느끼지 못하지 않나. 그래서 굳이 미술 등을 미래로 설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저도 지금 모기지를 내고 있는데 현재의 나를 위해 살아야 할지 미래의 나를 위해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미래의 나에게 빚을 떠넘기는 개념을 AI로 은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요원 강찬희 정경호 등 탄탄한 배우 라인업을 구축한 '귀신들'이다. 전작들로 인연을 맺었거나 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들은 황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에 흥미를 느끼고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찬희는 '썰'을 같이 했기에 디렉션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잘 준비해서 와요. 능동적인 배우고 선한 이미지인데 사연이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잘 어울려요. 찬희가 갖고 있는 2%의 비밀스러운 매력들을 제가 잘 써먹고 싶어요. 이번에도 그가 돈을 털러 오는 게 반전 아닌가요. 저는 찬희가 더 가능성 있는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입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주저함도 없어서 이를 잘 활용하면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어 황 감독은 "이주실 선생님은 저보다 젊은 가치관을 갖고 계셨고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가 고정적인 것에 답답함을 느끼셔서 이번에 함께하게 됐다"며 "정경호 선배님도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 있는 분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걸 좋아한다. 1인 2역이니까 20분을 자신이 다 가져가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요원 배우가 업계가 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동물 학대와 아동 학대를 다 담은 에피소드였는데 연기도 너무 잘해줬어요. 이요원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해준 덕분에 VOD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요.(웃음)"
그런가 하면 이날 황 감독은 직접 체감한 침체된 극장가에 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나푸르나'를 개봉했을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새로운 관객들이 유입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10·20세대가 새롭게 극장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자책하기도 했고요. 예전처럼 관객들이 많아지지 않겠지만 마니아라도 붙잡아야되는 상황인데 독립예술전용관에 재개봉작들이 더 많아서 아쉬웠어요. 영화의 유통기한이 극장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늘리기 위한 지속가능한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귀신들'은 지난달 29일부터 IPTV 및 디지털 케이블TV,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황 감독은 "저희가 막연하게 신기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면을 되짚어보고 싶었다는 미시적인 의도가 있었고 거시적으로는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되새기며 극장을 찾지 못한 관객뿐만 아니라 재관람을 원하는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독려했다.
"설정은 미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싶었어요. SF는 현재를 비추기 위해 만들어진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미래가 돼도 우리가 미래를 인식하지 못하잖아요. 핸드폰이 첨단과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지 않고요. 그런데 1990년대 대학생이었던 제가 그때의 핸드폰이란 걸 봤을 때 얼마나 놀랐겠어요. 현재에 살기에 인식을 못 하는 거죠. 이렇게 AI가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는데 이를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는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해요."
"차기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귀신들'을 확장시킨 OTT 시리즈도 해보고 싶고 부동산 이약도 해보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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