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국민의힘의 오답 노트

김회경 2025. 5.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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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제21대 대선을 열하루 앞둔 23일 서울 공덕오거리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금 국민의힘 관심사는 보수 후보 단일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 판세를 뒤집기 위해선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탄핵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재집권하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를 제외한 무엇이든 내주겠다며 단일화에 적극적이다. 국민의힘 친윤계에서 당권을 대가로 단일화 제안이 있었다는 개혁신당 측 주장과 당선 시 '40대 국무총리' 기용을 시사한 김 후보 발언은 이 배경에서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힘의 러브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지층 결집에 따른 착시현상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늘 있는 일이다.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이재명 후보 45%, 김 후보 36%, 이준석 후보 10%였다. 지난주 대비 이재명 후보는 6%포인트 하락한 반면,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7%포인트, 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 조사에 비해 보수(300명→349명)가 과다 표집됐고 진보(295명→234명)가 과소 표집된 측면이 있지만, 보수 후보 지지율 합이 이재명 후보를 앞선 결과가 나왔으니 단일화 기대는 더 커질 것이다. '기호 4번'으로 완주하겠다는 이준석 후보 선언에도 투표용지 인쇄일(25일) 전 또는 사전투표일(29, 30일) 전까지 단일화에 매달릴 공산이 크다.

단일화가 파급력을 가지려면 지지율의 산술적 합을 뛰어넘어야 한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대한 정치적 입장부터 다르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를 지지자들과 함께 관람한 것에는 "영화 보고 사람 많이 만나면 좋지 않나"라는 인식을 보였다.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된들 시너지는커녕 '1+1=2'의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 김 후보와 친윤계 주변에 아른거리는 윤 전 대통령 그림자부터 걷어내야 한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국민의힘 '총선 백서' 패배 원인 해결 없이
보수 결집에만 기댄 단일화 시너지 불투명

친윤계는 김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다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이번엔 당권 거래설까지 제기된 단일화로 내홍을 빚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승리를 위한 단일화엔 찬성한다"면서도 "친윤 구태들의 숙주찾기용 단일화는 반대"라고 했고, 친윤계는 "친한계가 대선 후 당권을 노리고 당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원칙을 허문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에 이어 당권 싸움으로 번진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시도로 중도 확장을 스스로 막고 있다.

국민의힘의 단일화엔 '반(反)이재명' 이상의 명분이 없다는 게 한계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만 외치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지난해 총선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3년 만에 치르는 대선이다. 여론에 깔린 정권심판론을 희석하기 위해선 민생에 직결된 킬러 콘텐츠를 제시해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를 보여야 한다. 일례로 이재명 후보는 찬반은 갈릴지언정 '기본사회'란 브랜드가 있는 것과 달리 김 후보에게 떠오르는 대표 정책은 전무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후 발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백서에 당정관계, 공천, 승부수 공약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등을 패배 이유로 꼽았다. 내란 세력과의 절연, 확장성 있는 후보 추천, 민생 공약 제시, 보수 비전 제시 등 현재 국민의힘의 문제점과 다를 게 없다. 오답 노트를 써놓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시험을 치를 자세가 안 된 것이다.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이번 대선에선 압도적 패배를 겪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단일화라는 정치 공학에 몰두하기보다 오답 노트를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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