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보이지 않는 손

2025. 5.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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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증권(Citadel Securities)은 일반 투자자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로빈후드' '이트레이드' '찰스 슈와브' 등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닌 이 회사가 왜 큰손일까.

시타델증권은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 기법으로 유명하다. 고빈도 매매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매매 기법의 일종인데, 시타델증권은 미국 리테일 거래의 약 40%를 체결하며 HFT로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 리테일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 같은 회사를 '마켓메이커'라 부른다. 유동성 공급자로도 불리는 마켓메이커는 시장의 매수·매도 호가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백엔드(Back-end)'인 셈이다. 마켓메이커의 기술력은 단순히 서버 관리 및 속도 처리가 아닌 초 단위 리스크 분석과 수익모델 최적화라는 정교한 체계에 기반한다.

한국 금융투자 업계에도 대형 종합증권사들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나서며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을 준비해 왔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활로에는 관심과 투자가 부재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증권사 모두가 초대형 IB로 나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시타델증권, 제인스트리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증권사들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증권사들은 각자 '한 끗'을 가지고 있다. 투자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등장했던 리테일 중심의 로빈후드, 자산 관리 중심의 업력을 쌓아온 찰스 슈와브, 그리고 HFT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시타델증권까지 다양한 회사가 특화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결국 증권사의 본질적 경쟁력은 전문성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중계 기능을 고도화하고 특화시킬 수 있다면, 단순한 브로커를 넘어 의미 있는 성공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글로벌 중개업(Global Brokerage)' 사업의 본질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글로벌 증권사의 방향성은 다시 한번 굴절을 맞고 있다.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기술 중심의 글로벌 브로커리지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플랫폼, 데이터, AI를 기반으로 투자 접근성과 체결 효율성, 개인화된 정보 서비스가 결합되는 시대에 누가 기술 주도권을 가지느냐가 증권업의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시장의 구조 혁신은 기술 기반 회사에서 시작되며, 증권사는 더 이상 단순한 '중개업자'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증권사가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전략과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는 있다.

기술 기반 글로벌 브로커리지 시장의 여명이 열리고 있는 지금, 넥스트증권의 작은 시도가 바꿀 내일을 기대해 본다.

[김승연 넥스트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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