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내 AI 미발생 지역 닭고기 수입? “협의중이지만, 시기는 예측 불가”
8단계 수입 절차 중 현재 ‘5단계’ 머물러
방향 정하고 수입 논의… ‘검역 프로세스 맞지 않다’ 지적도

정부가 브라질 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의 수입을 허용(지역화)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발표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닭고기 최대 수입처인 브라질에서 AI가 발생하며 수입이 중단돼 닭고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인데, 일각에선 AI 발생국에서 닭고기를 수입해도 될 만큼 안전성을 검증한 것이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한국과 브라질 간 닭고기 지역화 인정 논의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정부가 성급하게 정책을 발표하면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당장 재개될 것처럼 오해를 샀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물가관계차관회의 후 낸 보도자료에서 “브라질 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지역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재개한다고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현재 한국과 브라질 간 닭고기 지역화 인정 협의는 ‘수입위험평가’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농식품부 검역당국은 설명했다. 검역당국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브라질과의 닭고기 지역화 인정 협의는 수입 검역 절차를 8단계로 봤을 때 5단계 수준에서 진행 중이다. 위험평가를 마무리한 후에도 지역화 기준 확정 등의 추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농식품부 검역당국 관계자는 “수입위험평가 후 상대국과 협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며 “아직 협의가 종료되진 않았다.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역화 인정 협상이 뭐길래?
한국 정부와 브라질 정부는 2023년 5월부터 ‘닭고기 지역화 인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화 인정은 특정 주에서 AI가 발생하더라도, 이와 무관한 주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 브라질에서 AI가 발생한 지역은 최남단인 ‘리우그란데두술’주(州)이다. 이 주는 동쪽은 대서양, 서쪽은 우루과이·아르헨티나와 접하고 있다. 주도는 ‘포르투알레그레’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브라질 닭고기에 대해 지역화를 인정하면 AI가 발생한 리우그란데두술주에서 키운 닭고기만 수입을 차단하고, 그 외 26개 주에서 생산한 닭고기는 수입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화 인정이 성립되려면 2가지 요건이 필수다. 먼저 수입 예정된 닭고기가 AI 지역 밖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다른 지역은 안전하며, 도축·가공 과정에서 닭고기가 섞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우리 검역당국은 2023년 브라질 정부의 요청 이후 지역화 인정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당장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논의가 진행된 상황은 아니다.
이와 관련, 검역당국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지역화 인정 여부에 대한 평가를 계속 하고 있다”며 “오늘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선 이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지, 당장 수입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물가당국도 검역당국의 설명이 맞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도자료 상 ‘수입 허용 결정’ 표현 뒤에 ‘닭고기 주요 수입업체의 재고물량이 2~3개월 남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조속 재개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수입위험평가, 상대국과 협의, 행정절차 등을 신속히 추진한다’고 썼다”며 정책 방향성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검역 협상 중에 ‘수입 재개 발표’… “시장 혼선 키운다” 비판도
그런데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3개월’ 안에 지역화 인정 협의를 마무리할 수는 있을까. 농식품부 관계자는 “확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정부 간 검역 절차와 모니터링 방식에 대한 협의를 2~3개월만에 마무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검역당국의 설명이다.
국내 정치적 상황도 변수다. 6월 대선 이후 출범할 신 정부가 ‘물가 관리’와 ‘농가 보호’ 중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양계농가의 반발도 예상된다. 닭고기 수입이 감소하면, 국내산 닭 가격이 올라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 검증을 대충 하고, AI가 발생한 나라의 닭고기를 수입하려고 한다’는 선전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 한국오리협회, 한국토종닭협회로 이뤄진 가금생산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내 닭고기 시장 영향 분석, 업계 관계자와 소통 없이 추진하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졸속행정’의 극치”라며 “브라질 가금육의 ‘수입 지역화’ 추진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농축산물 수입 결정 방식이 검역 프로세스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축산물 수입 확정은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됐을 때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수입 재개’라는 방향성을 정하고, 향후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럴 경우, 정부 방침에 따라 검역 절차를 비롯한 수입 논의가 무리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역당국 관계자는 “국내 닭고기 수요를 고려해 지역화 인정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지만, 수입 위험 평가와 검역 절차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수입 재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 수입이 재개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 혼란을 키우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곧 재개될 것이라 판단하고, 업계에서 재고 확보 노력을 안 할 수도 있다”며 “닭고기 수입 재개가 지연되고, 닭 가격이 폭등하면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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