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탓 ‘늑장’ 공약집…난감한 시민사회 “공약 평가 불가”

임재희 기자 2025. 5. 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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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영국 런던 주영국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상태로 공약을 평가할 수가 없어서 일단 눈에 띄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내려 합니다.”(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공약집이 없어 재원이 얼마나 들고 어떻게 마련할지 기본적인 내용도 알 수가 없습니다.”(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주요 정당 후보들의 대선 정책 공약집 발표가 ‘역대급’으로 늦어지면서, 그간 공약을 분석해 유권자와 언론에 전해왔던 시민사회 단체들도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단체들은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뒤져 공약 평가를 시도하거나, 공약 평가 자체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과 각 정당 캠프들 설명을 들어보면, 주요 정당들은 대선 정책 공약집 발간일을 사전 투표일 이틀 전이자, 본투표일 1주일 전인 26일 이후로 예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27~29일, 국민의 힘은 이르면 26일 정책 공약집을 발간할 걸로 보인다. 앞선 대선에 견줘서도 크게 늦은 시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치러진 19대 조기 대선 당시 자유 한국당 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선거 22일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거일 11일 전에 공약집을 내놨다. 정책집 발표가 늦다는 비판을 받은 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선거일 15일 전, 국민의힘은 14일 전 공약집을 발간했다.

통상 주요 정당 후보들은 대선을 앞두고 세부적인 공약 내용과 그에 대한 대략적인 재원 계획을 담은 수백 쪽 분량의 정책 공약집을 발표한다. 그에 대한 시민 사회 평가와 갑론을박은 대선이 그나마 국가 비전과 정책을 논의하는 장으로 향하도록 물꼬를 터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약속들을 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화한 공약집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공약집에 실리지 않으면 수반하는 책임을 물을 수가 없으며, 약속들이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사정 탓에 대선을 앞두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공약의 가치, 정합성,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왔던 시민단체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분야별로 척도를 마련해 공약을 분석해온 경실련은 정책 공약집이 없어 대선 평가를 우선 ‘중간평가’ 형태로 대체했다. 후보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발언을 토대로 정책을 ‘예상’한 뒤 총평하는 식이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파면 직후 유력 후보들이 출마 의사를 밝혔던 만큼 공약집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는데 여전히 정리된 공약이 나오지 않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선 분야별로 각 후보 공약을 비교 분석했던 참여연대도 이번 대선에선 평가 대신 개별 공약 발표를 촉구하는 것에 주력하기로 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책공약집에 어떤 단어로 실리느냐에 따라 실제 국정과제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 10대 공약처럼 일부만으로 후보들의 대선 공약을 평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까지 공약 정보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약 이행과 실현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공약 이행의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책공약집이 나오지 않아 재원이 얼마나 들어갈지 이야기하기도 어렵다”며 “재원 마련 방안은 크게 증세나 지출 구조조정 등이 있는데, 선거 전에 후보가 어떤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라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공약집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각 정당은 조기 대선이나 뒤늦은 후보 선정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공약집이)27일~29일 발간 가능할 것으로 정책본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활자화되기 전까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선 공약집 공개가 늦어지는데 대해 “우리 당 후보가 막판에 정해지면서 후보와 공약을 조율하느라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가급적 빨리 볼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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