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짐 되기 싫어"…노인 5명 중 1명은 '이것' 썼다
정인지 기자 2025. 5. 23. 15:53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인구가 꾸준히 증가세다.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떤 치료를 거부하는 지 표현이 모호한 데다 의향서를 등록해도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제도적으로 실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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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등록 3년새 2.3배 증가했지만 병원서 기능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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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누적 270만명으로 3년 전 대비 2.3배 증가했다. 매년 40만~50만명이 등록한 결과다. 65세 이상 인구의 20%가 작성한 셈이다. 특히 70~79세 여성의 등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본부장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오래 살기도 하지만, 아들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명의료중단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담당의와 전문의가 환자가 임종 과정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판정해야 하는데 윤리위원회가 설치 안 된 병원들이 많다. 상급종합병원은 47곳 100%가 윤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종합병원 331곳 중에서는 66.2%인 219곳만 있다. 많은 노인들이 임종을 맞는 요양병원의 경우 1342곳 중 12.1%(162곳)에 불과하다.
자식들의 반대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힘을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조 본부장은 "운전면허증 크기의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해 꼭 가족들에게 등록 사실을 알려주길 권고드리고 있다"며 "등록증에 표기된 큐알을 찍으면 위치 기반으로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이 검색돼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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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임종과정' 판정해야 치료 중단 가능...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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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치료의향서 서식이 등록기관마다 다르고 필수 기재사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사전연명치료의향서는 △지역 보건소 △의료기관 △비영리법인·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복지관 등에서 가능하다. 등록기관이 점차 확대되면서 의료기관, 보건소, 노인복지관에서 작성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일학 연세의대 교수는 "의향서는 일반적의 의향의 표현으로 구체적으로 지금 치료를 하라, 중단하라의 의미가 아니"라며 "임상적으로 해석하고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연명치료의향서는 또 환자 상태가 '말기'에서 '임종과정'으로 넘어갔다고 의사가 판단해야 적용할 수 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법과 연명의료결정법이 합쳐지면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이례적으로 말기와 임종과정을 나눴다"며 "사전에 의사를 표시했어도 의사가 임종과정이라는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 등 대부분의 국가는 말기 상태에서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 결정이 내려진다"며 "우리나라도 임종과정을 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고 서명식을 진행했다. 이 차관은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 자기 결정권 존중과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이익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새로운 장례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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