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DNA 만나 힙해진 지역 축제...새로운 트렌드가 된 2030 페스티벌 코어
올해 초 신한카드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와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5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R.E.V.I.V.E’를 선정했다. ‘R.E.V.I.V.E’는 불확실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고 삶의 의미와 활력을 되찾으려는 부활과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R’의 세부 키워드인 ‘페스티벌 코어’(Redefine Festivities)는, 물질소비보다 경험소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작은 축제를 찾아 다니고 일상 속 이벤트를 즐기는 여가 문화를 뜻하는 단어다. 뮤직페스티벌과 작은 지역 축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불교 박람회, 국제 도서전, 야구장 등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경험의 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를 보자. 작년 김천시는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 응답자 대다수 중 ‘김밥천국(줄임말로 ‘김천’이라고 부르는 김밥 브랜드)’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김천시는 낙담도 잠시, ‘김천이 직접 김밥천국이 되자’를 바탕으로 김밥축제 개최를 결정했다. 이러한 축제 추진 과정 및 비하인드 소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밌다”는 반응과 함께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10월에 개최된 김천 김밥축제는 실제로 해당 콘셉트를 철저히 지켰다. 김밥존에서는 다양한 로컬 김밥과 함께 분식 등의 먹거리를 판매했고, 관광객이 직접 김밥을 싸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축하 무대로 노래 ‘김밥’의 주인공인 가수 자두가 등장하며 축제 열기를 높였다. ‘김천이 직접 김밥천국이 되자’는 익살스러운 아이디어는 특산품인 포도, 자두 축제 외에 스토리가 없었던 김천으로 관광객 10만 명의 구름인파가 모여들게 한 힘이 되었다. 김천, 김밥천국이라는 언어유희가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된 것이다.

사실 국내에선 흥미로운 이름의 지역 축제가 속속들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에세이스트 김혼비·박태하 작가는 국내 열두 곳의 축제를 소개하는 저서 『전국축제자랑』을 썼는데, 책 속엔 의좋은형제축제(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병제전 축제(의령 홍의장군 축제, 경상남도 의령군), 밀양아리랑대축제(경상남도 밀양시)의 이색적인 장면들도 즐비하다.
촌스러움이 아닌 ‘촌’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로컬과, 각종 스토리텔링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로 무장한 지역 축제들은, 성수동에서 열리는 브랜드의 팝업만큼이나 MZ세대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요소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전체 등록 인원의 76%가 20~30대 젊은 세대인 만큼, 올해 국제불교박람회는 2030이 주축이 된 젊고 다채로운 행사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마음 평화를 위한 프로그램 ‘담마 토크’부터, 참여자 중심의 체험 이벤트 ‘히든 담마’ 챌린지 등 불교문화와 전통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콘텐츠를 선보인 것. 히든 담마 챌린지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다양한 부스들에서 명상도 체험하고 차도 마시고 팔찌도 받고, 가피(불교에서 기도를 통해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힘을 주는 일을 의미) 박스도 선물 받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따듯함을 한가득 안고 돌아간다”면서 “팔정도 카드 8장을 모으면서 참여한 각종 체험과 미션들을 따라 만나본 이번 불교박람회는 참 색달랐다”며 매우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2030 사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주목받으며, 세대 및 종교를 초월한 대중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했다.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 등도 ‘일상의 기념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K팝 팬덤 문화 중 하나인 ‘생카(생일카페)’는 팬들이 카페나 기타 공간을 대관해 주인공(최애)을 주제로 공간을 꾸미고, MD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그야말로 팬들이 주최가 돼 함께 즐기는 온오프라인 이벤트다. 물론 아이돌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곳에는 ‘최애의 생일 축하’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느슨한 연대만이 있을 뿐이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수 생일카페’가,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지난 3월 ‘아인슈타인 생일카페’가 이벤트성으로 열려 SNS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무엇이든 축제가 될 수 있고, 축제로 만들 수 있는 MZ세대의 페스티벌 코어는 그들만의 감성과 경험력(力)에서 나온다.

지난 5월 초 부산 기장군에서 개최된 ‘2025 세계라면축제’의 경우 세계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몇 종류 되지 않는 국내외 라면을 선보이거나, 조리용 온수 부족, 입장료·주차비 논란 등 부실 운영과 미흡한 준비, 대처로 인해 혹평을 얻었다. 그에 앞서 지난 3월 벚꽃 시즌에는 일부 지역 축제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대의 음식으로 ‘바가지’ 논란이 일며 대중의 뭇매를 맞기도 했었다.
이름뿐인 글로벌 축제가 아닌,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의 전통축제 마츠리처럼 실제로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당기는 축제가 되기 위해선 자본력 이상으로 풍부한 콘텐츠, 서비스의 대중화, 현장 안전관리 체계 수립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나아가 MZ세대에게 지역 축제 문화가 일상 속 이벤트를 넘어 추후 지역을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만족감을 안겨준다면 글로벌 축제로서의 성장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지난해 약 780만 명의 관람객(누적)이 찾았던 ‘정원도시 서울’의 대표 밀리언셀러 축제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올해도 시민들을 찾아온다. 5월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보라매공원 12만 평 일대에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다. 올해 박람회 주제는 ‘서울, 그린 소울(Seoul, Green Soul)’. 서울의 역사와 문화, 자연에 대한 존중을 중심으로, 서울 전체를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지난해 90개 소였던 정원은 올해 111개 소로 대폭 늘려 다양한 매력의 정원과, 복합문화여가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5월 24~25일, 난지한강공원에서 진행되는 뮤직 페스티벌 ‘PEAK FES-TIVAL 2025(이하 피크 페스티벌)’가 올해는 탄탄한 밴드 중심 라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한국 밴드신을 대표하는 자우림이 피크 페스티벌 첫 출연을 확정했으며, 군백기 이후 완전체로 돌아온 밴드 엔플라잉도 피크 페스티벌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독창적인 음악과 철학적인 메시지를 통해 사랑받고 있는 이승윤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폭발적인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는 터치드, 몽환적인 분위기로 돌아온 실력파 보이밴드 원위,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오월오일, 감미로운 멜로디로 사랑을 노래하는 신인류가 라인업에 합류했다.

국립극장은 2025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을 오는 7월 4~26일 국립극장 하늘극장과 달오름극장에서 개최한다.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통해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여 왔다. 2025 ‘여우락’은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이 우리 음악을 보다 즐겁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요 소리꾼이자 연출가 이희문이 2025 ‘여우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합류, 개성 넘치는 감각을 바탕으로 기존에 볼 수 없던 다채로운 콘셉트와 색다른 변화를 선사한다. 2025 ‘여우락’은 ‘민요의 재발견’을 화두로,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해 총 12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지자체 및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1호(25.05.27)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