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강연이 정치적인가”…광주 지혜학교, 서울공예박물관 강당 대관 취소에 ‘반발’

정대하 기자 2025. 5.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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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서울공예박물관이 광주 대안학교 지혜학교에서 임대한 강당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설명회 겸 시민강연을 열려고 했던 지혜학교 쪽은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철학·인문학 대안교육기관인 지혜학교는 23일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을 24일 사용하기로 하고 대관료까지 냈는데, 행사 나흘 전인 20일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학교 설명회 겸 시민 강연’을 열려고 했던 지혜학교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혜학교는 지난달 17일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통해 24일에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을 이용하기로 예약한 뒤 대관료 19만원을 납부하고 대관 확정 공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혜학교는 24일 서울시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에서 ‘수도권 학교 설명회 겸 시민 강연’을 열겠다는 내용을 홍보했다. 시민 강좌 상반기 주제는 ‘교육 대전환’이었고, 강사는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과)가 맡아 ‘내란을 넘어서는 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수도권에 이어 호남권과 경상권에서도 동일한 행사를 연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하지만 서울시공예박물관은 지난 20일 지혜학교에 불쑥 강당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취소 근거로 대관 준수사항엔 ‘정치, 종교, 영리 목적 등 대관 목적과 무관한 대관 시설 사용 금지’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서울시공예박물관은 문자와 메일 등을 통해 “강당 사용이 우리 박물관의 자체 행사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했다가, “대관 신청 때 ‘철학하며 살아가기’로 신청을 했는데, 의도적으로 거짓 제목으로 신청했느냐?”며 대관 취소 책임을 지혜학교로 돌렸다. 서울공예박물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치적 행사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고, ‘내란을 넘어서는 교육’이라는 강연 내용을 홍보하고 있는데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학교 설명회 겸 시민 강연’은 정치적 행사가 아니라는 게 지혜학교의 입장이다. 지혜학교 쪽은 “공공의 문화시설로서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박물관이, 오히려 정치적 편견에 휩싸여 공적 담론을 차단하고 있다”며 “아직 정식 취소 공문조차 받지 않은 만큼, ‘24일 오후 2시 대관 허가된 서울공예박물관 교육강당에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서울공예박물관 쪽에 공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서울시가 종로구 안국동에 옛 풍문여고 터에 설립한 서울공예박물관은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을 표방한다. 조선 시대 세종의 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집을 지었던 터인데, 일제강점기 땐 친일파인 민영휘 가문이 이곳을 사들여 풍문여고를 세웠다. 지금은 건물을 둘러싼 담장도 일부 허물어 시민 누구나 마당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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