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인데 토끼가 되고 싶어요, 괜찮은 걸까요?
김진희 그림책 '토끼구름토끼'

"난 아무래도 구름이 아닌 것 같아."
작은 구름은 자기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까맣게 변해 비를 내리게 하는 게 싫다. 그저 작고 몽글몽글한 존재이고 싶다. 그래서 구름은 산자락에 아늑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하얗고 몽글몽글한 토끼가 되고 싶다. 어느 날 살랑바람의 도움으로 마침내 토끼로 변신한 구름은 토끼 마을로 내려가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꾼다. 하지만 토끼로서의 삶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불쑥불쑥 구름의 본모습을 드러낼 일이 생긴다. 당근밭을 일궜더니 가뭄이 들었다. 구름은 첫 농사를 망칠 수 없다며 모두 잠든 밤에 몰래 구름의 모습으로 비를 내린다. 배고픈 늑대에게 쫓겨 낭떠러지 앞에 서는 위기에도 처한다. 구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키워 천둥 번개를 치고 늑대는 꽁지 빠지게 달아난다.
토끼가 되고 싶은 구름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존재를 동경하는 아이의 모습 같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구름에게 힘을 보태는 것은 토끼 마을 아이들이다. 구름은 아무도 모르게 비를 내렸다고 생각했지만 토끼 마을 주민들은 '토끼 구름' 덕분에 가뭄에서 벗어났음을 잘 안다. 아이들은 늑대를 쫓아낸 구름을 '토끼 구름 토끼'라 부르며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구름은 "나는 구름, 토끼 구름, 토끼 구름 토끼…"라며 자아를 탐색하고 발견하며 잠재력을 키워 간다. 구름의 무모한 도전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토끼 마을 주민들의 수용적 태도가 여기에 힘을 보탠다. 이들은 구름이 왜 토끼 흉내를 내느냐며 타박하는 대신 비를 내려 줘 고맙다며 잔치를 열어 준다. 표정 묘사가 섬세한 그림이 메시지를 더 선명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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