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폭언”… “학생측 밤낮없이 전화”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채 발견
유서엔 “민원으로 고통스럽다”
생활지도문제 학생가족과 갈등
교사 사과에도 개인폰으로 항의
학교민원대응시스템 구멍 논란
제주도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학생 가족으로부터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 전화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원단체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각종 교권보호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법 따로, 현장 따로”라고 성토하는 등 학교 민원대응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새벽 제주시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의 유서에는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고통스럽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교사는 중학교 3학년 학급 담임으로, 무단결석 등 학칙위반 행위를 한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하면서 한 발언이 계기가 돼 학생 가족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도 과정에서 교사의 특정 발언에 대해 학생 가족이 ‘폭언’이라 주장했고, 교사가 이에 사과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숨진 교사가 개인 휴대전화로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민원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학생 가족은 교사에게 “왜 폭언을 했느냐” “아이가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항의했으며, 이달 학교장과 제주도교육청에도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교사 사망에 일제히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사망 배경으로 학생 가족의 민원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번 사안에 대한 신중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교육계는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교사 개인이 민원을 떠안았던 만큼 학교 민원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사건 발생 한 달여 지나 발표한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에서 모든 민원은 교원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바꾸고, 학내 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상당수 학교에서 민원대응팀이 꾸려지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의 생활지도, 학교폭력 등과 관련된 민원은 결국 부장교사나 담임교사 개인에게 다시 맡겨져 직접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경윤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학교별 민원대응팀이 구성돼도 이전과 달리 교감의 업무도 과중해졌고 교장 혼자서 대응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 교사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구축 중인 ‘학교 온라인 민원(소통) 시스템’은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고, 오는 2학기부터 운영될 계획이다.
인지현·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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