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증언록... 과거가 보낸 ‘내란 극복 해답지’
뉴스타파는 1988년 11월 18일 열린 제7차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영상 중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의 증언 부분을 특별페이지로 제작·공개한다. 영상 길이는 7시간, 회의록은 PDF 파일 81쪽 분량이다. 영상 속 발언과 회의록 내용이 연동돼 있다.
1988년 11월 18일, 대한민국 국회는 뜨거운 열기 속에 제7차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전두환이 물러난 직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학살 책임자와 피해자들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서게 했다. 광주에서 비극이 발생한지 8년이나 지난 후였다.
이날 청문회의 첫번째 증인은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였다. 80년 당시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그는 8년 전 자신에게 씌워졌던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총재는 수사 과정에서의 육체적 고문 시도와 잠 안 재우기 등 정신적 고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부인하면 다른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다”는 수사관의 회유로 인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생각으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학봉 당시 보안사 간부가 찾아와 “재판은 요식행위이며, 대통령만 단념하면 살 수 있다”고 회유했으나 거절했다고도 밝혔다.
당신이 사는 유일한 길은 우리하고 협력하는 길입니다. 우리하고 협력하시오. 이런 말을 하면서 한참 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하다가 대통령만 단념하시오, 대통령만 단념하면 우리하고 협력이 됩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김대중 (1989년 11월 18일)
김대중은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집권 연장을 위한 군부의 음모를 감지하고 “국회에서의 조속한 계엄 해제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발포 명령에 대해서는 “당시 실권자였던 전두환 씨가 모를 리 없으며, 505보안부대가 광주 작전의 실질적 지휘소였다는 증언이 있다”며 책임자로 전두환을 지목했다.
저는 아까 말한대로 상황 증거라든가 또 제가 직접 기관에 있었던 사람한테 들은 말로라든가 또 국민 일반의 확신이라든가 모든 이유로 해서 저는 전두환 씨가 발포의 진실한 책임자라는 것은 해가 아침에 동쪽에서 뜨는 것과 마찬가지로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대중 (1989년 11월 18일)
김대중은 광주에서의 비극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로 가는 맥을 절단한 반민주적인 쿠데타”라고 했다. 철저한 청산 척결을 하고 민주화의 길로 나가야 정통성이 다시 이어진다고 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무력 행사는 “폭도들의 행동이지 정당한 국가권력의 행동이라고 볼수 없기 때문에 광주 시민들의 행동은 정당하다”고도 했다.
이것은 완전히 국가의 이름을 빌린, 말하자면 폭도들의 행동이지 정당한 국가권력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민주주의하에서 이 국민은 자연적인 자연권의 논리에 의해서 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의해서 국민은 정당한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한 권력에만 복종할 의무가 있고 그런 불법 무도하게 국민을 탄압한 권력에는 당연히 항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존 로크(John Locke) 이래의 민주주의 정설이기 때문에 나는 광주 시민들의 행동은 정당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대중 (1989년 11월 18일)
김대중에 대한 신문은 18시 22분에 끝났다. 그는 증언을 마치며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 되었다는 것이 판명돼야 이런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역사적 교훈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1988년의 김대중은 ‘윤석열 내란’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된 우리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정치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답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특별페이지에 공개한 제7차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영상은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 자료다. 이 영상은 보안사가 5·18과 관련해 생산·보유하고 있다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문서 및 자료 총 2,321건 중 하나다. 뉴스타파는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 청구해 보안사가 이관한 자료 중 영상 파일 26개를 공개 받았다.
‘김대중 증언록’ 특별페이지에서는 인물별로 발췌된 주요 발언을 클릭하면 영상 중 해당 발언으로 이동한다. 텍스트 검색 기능을 활용해 발언의 영상 재생 위치를 찾을 수도 있다.
광고와 협찬 없이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수집, 정제, 분석한 공공 데이터가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이라는 판단하에 이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김대중 증언록 특별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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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뉴스타파 전기환 jacks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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