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네 명 중 한 명은 20~30대
의심하고 반드시 감별 진단해야
젊을수록 증상 심한 경우 많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 받을 필요
![2019년 7만814명이었던 국내 염증성 장질환자 수는 2023년 9만2665명으로 4년 만에 약 30%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8%나 됐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3/ned/20250523112752078oevd.jpg)
회사원 박모(38) 씨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를 방문할 때 늘 약속장소 인근에 사용가능한 화장실이 있는지를 챙긴다. 긴장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설사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혈변을 보기도하고 체중도 감소하는 것 같아 과민성 장증후군을 의심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박씨는 검사 결과 크론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매년 5월 19일은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 협회 유럽연맹(EFCCA)가 정한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조명하고, 조기 진단과 지속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염증성 장질환(IBD)은 20~30대 젊은층에서 많이 발병한 뿐 아니라 완치가 되지 않아 평생 함께 가야 하는 질환으로, 환자 개인은 물론 사회적 부담이 매우 크다.
생활환경 변화·인식 확산, 환자 증가 주원인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7만814명이었던 국내 염증성 장질환자 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합산)는 2023년 9만2665명으로 4년 만에 약 30%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8%로 4명 중 1명이 젊은 청년층이었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생활환경 변화가 젊은 세대의 장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질환 인식 확산으로 인해 조기 진단 사례가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증상은 주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혼동될 수 있다. 차 교수는 “반복되는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 빈혈, 혈변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며 “단순 장 트러블로 오인해 방치하면 질환이 악화되어 장 협착이나 천공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장염이 반복된다면 단순 장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장증후군은 전혀 다른 질환으로 구분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심하면 전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복통, 설사 등 증상이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나타나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영양 흡수 장애가 동반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장에 기질적 이상이 없는 기능성 질환으로 체중 감소 또는 전신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또 자는 동안에는 복통이나 설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영양 흡수 장애가 동반되지 않는다. 차이점은 있지만 증상이 비슷해 환자 스스로 진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내시경 검사,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와 완화되는 관해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치료 초기부터 점막 치유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장기적으로 장 손상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질환 특성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염증성 장질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통해 일관된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치료제 등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생물학적 제제는 관해 유도·유지 효과가 높지만, 고가이기 때문에 환자 개별 상태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단순 증상 조절을 넘어, 내시경상 점막 치유, 조직학적 치유와 생물학적 지표 정상화(바이오마커 관해)를 목표로 하는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꾀병 오인’ 사회적인식 부족…인식 제고 필요
40세 이후 발병하는 환자에 비해 10~20대 젊은 나이에 진단받은 환자는 질병 경과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고, 증상도 더 심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영양 결핍, 성장 부진 등 추가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전문 진료를 받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외견상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이해가 부족한 질환 중 하나다. 주증상 자체가 만성 피로, 심리적 스트레스 등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차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한 장질환이 아니라 성장 부진, 스트레스로 인한 학업 문제, 우울증, 자존감 저하 등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조기 진단을 통해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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