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 산이야? 아, 헷갈리네”

김주현 2025. 5. 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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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단 고성 운봉산 암괴류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
주상절리·기암괴석들 탁 트인 동해 만나 오묘함 ‘극치’
“정상 285m 제주였으면 오름인데, 잘 만난 덕분에”
▲ 제주처럼 보기 드문 화산체 구조의 암괴류로 유명한 국가지질공원 운봉산 전경. 제주 오름처럼 봉긋하게 홀로 솟아 있다.

“어, 여기 제주에 흔한 오름 아닌가요?”

제주와 기후조건이 전혀 다른 최북단 고성군 토성면에 홀로 우뚝 솟은 운봉산(雲峰山)을 오르는 탐방객들은 화산체로 이뤄진 이곳을 산이라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제주처럼 오름이라 불러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웃음을 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근 백두대간 줄기의 향로봉(1296m)과 설악산 대청봉(1708m)에 비해 운봉산 정상은 해발 285m에 불과하다.

더욱이 운봉산은 신생대 신진기 현무암으로 이뤄진 화산체로 대표적인 화산섬인 제주도의 지형에서 흔히 마주하는 주상절리와 다양한 화강암을 관찰할 수 있어, 환경부가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한반도 마지막 남은 허파로 불리는 최북단 고성군의 운봉리 마을 뒤에 솟아난 운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이나 관광객들은 현무암과 주상절리를 비롯해 다양한 바위들을 감상하고 나면, 굳이 먼 제주를 안 가더라도 오래전 화산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
 

▲ 지질학적으로 빙하기의 흔적이 누운 주상절리로 가득한 운봉산 중턱의 너덜지대는 중요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체험단과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상절리 부러져 생긴 ‘너덜지대’ 장관

“동해안 최북단에 이렇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지형이 숨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역시 자연은 기획하지 않은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공감이 가요.”

전형적인 화산섬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최남단 제주를 얘기할 때면 대표적인 단어가 오름이나 주상절리 등 화산과 연관된 관광명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북단 고성군에도 이에 못지않은 숨은 절경이 오랜 세월 그 모습 그 자태로 탐방객들을 지그시 맞이하며 등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정상에 오르면 동서남북을 다 볼 수 있기에 명산으로 손꼽는다.

대략 40∼50분 걸리는 운봉산 정상까지 가는 코스는 세 가지. 가장 선호하는 A코스는 학야2리에서 22사단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10∼20분 걸으면 암괴류가 모여 있는 너덜지대가 장관을 이룬다. 이 돌들은 700만 년 전 용암이 빠르게 식으며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제주처럼 바다 위에 직각으로 선 주상절리가 부서지면서 너덜지대가 됐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거북이 등짝처럼 보인다.

B코스는 운봉리 용천사 절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40∼50분 걸리고 이곳은 등산길이 잘 정비 돼 있는 데다, 탁 트인 동해를 바라보면서 오를 수 있고, 화강암체인 ‘말 안장 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C코스는 야촌의 미륵암에서 등산로를 따라 50분∼1시간 정도 소요되고 이곳 역시 화강암으로 이뤄진 ‘떡 바위’, ‘얼굴 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화강암 명소를 만날 수 있다. C코스가 누워있는 주상절리 너덜지대를 가장 넓게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듯 다양한 코스로 운봉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주위에는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 용암이 봉우리를 쌓다 굳어져 버린 동물 형태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운봉산이 제주에 있었다면 오름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곳 최북단 고성군에서 화산 분화로 생긴 덕분에 어엿한 ‘뫼 산’이라는 한자어까지 얻게 됐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과거 화산 활동으로 많은 화산체가 곳곳에 생겨나면서 한라산처럼 큰 산에만 ‘뫼 산’자를 붙였고, 운봉산같이 해발고도가 낮은 곳은 순우리말로 오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니, 최북단 고성 운봉산은 지역을 잘 만난 덕분에 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재미난 스토리텔링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였다.
 

▲ 다양한 화강암들이 태고적 신비로움을 전하는 운봉산의 얼굴바위.

 

억겁 세월 거슬러 만나는 ‘자연의 자화상’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운봉산의 암괴류가 빙하기를 거쳐 돌무더기 군락인 너덜지대를 형성하면서 지질학자들은 빙하기의 증거라는 과학적 분석을 내놓을 정도로 이곳 운봉산의 지질학적 가치는 경관과 주변 경치 이상으로 높다는 평가다.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은 도내에 총 16곳이며, 이 중 최북단 청정 고성에는 운봉산을 비롯해 화진포, 송지호 서낭바위, 능파대 등 무려 4곳에 이른다.

운봉산 지킴이 김춘만 고성군국가지질센터 사무국장은 “전국 등산 동호인들이 운봉산을 찾으면 정말 사통팔달 뻥 뚫린 경치에 주저 없이 명당으로 손꼽는다”며 “무엇보다 제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화산체를 이곳에서 관찰하면 자연의 오묘함에 잠시 정신 줄을 놓을 정도니, 많이들 찾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운봉산의 지질학 연구를 맡았던 제주문화유산돌봄센터 최돈원(강원대 지질학과 졸업) 박사는 “운봉산을 비롯해 최북단 고성군의 주요 국가지질공원들은 학술적 가치가 크고 주변의 관광명소들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만큼, 문화유산돌봄 시스템을 조기에 갖춰나가면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도 극대화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봄바람 맞으며 잠시 머문 최북단 고성군의 화산체인 운봉산에서 마주한 주상절리와 화강암 바위 등 암괴류들은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만나는 ‘자연의 자화상’은 아닐까. 김주현 기자

▲ 해발 285m의 운봉산 정상에는 365일 태극기가 펄럭인다. 이 산 자락에 위치한 운봉리는 애국숭모공원이 조성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혁혁한 발자취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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