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에서 강진옥까지.. 열두 해녀의 이름이 바다를 떠난 날
평균 연령 83살, 최고령 88살..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퇴장의 의식
해녀문화, ‘전승’ 아닌 ‘전환’으로..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시대 앞에 서다

# 김성진, 강옥순, 강지선, 강일선, 문기준, 이화순, 김만지, 조인순, 양옥열, 현인자, 현추자, 강진옥.
이 열두 명의 이름이 서귀포 강정의 몽돌해변에서 ‘은퇴자 명단’이 아닌 ‘문화적 선언’으로 울려 퍼집니다.
평균 경력 65년, 최고령 88살.
이들의 퇴장은 생업의 끝맺음이라기보다, 오랜 세월 바다에 몸을 맡긴 삶의 존엄이 고요히 전해지는 문화적 전환의 순간입니다.
해녀문화는 이제, 이어야 할 ‘전통’이 아니라 응답해야 할 ‘질문’으로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우리는 과연, 사라짐이 아닌 기억됨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까.
해녀문화는 ‘계승’이 아니라, 끝내 되물어야 할 ‘물음’으로 남습니다.

오는 25일 오전 11시, 제8회 해녀 은퇴식이 켄싱턴리조트 서귀포의 몽돌해변 전망대에서 열립니다.
서귀포시 강정동어촌계와 (사)제주해녀문화협회가 공동 주최·주관하며, 열두 명의 고령 해녀들이 공식 은퇴를 맞습니다.
88살 김성진 해녀를 비롯해, 강옥순(87), 강지선(88), 강일선(81), 문기준(83), 이화순(83), 김만지(83), 조인순(88), 양옥열(85), 현인자(79), 현추자(85), 강진옥(84) 등, 이들은 최소 60~69년간 생계는 물론 공동체와 문화를 함께 지켜낸 세대의 마지막 주자입니다.

■ “바다는 끝나지 않았다”.. 은퇴는 전승의 다른 얼굴
이번 은퇴식은 생의 절정을 바친 무대와 작별이 아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가 지속성을 확보해가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고령화된 공동체는 ‘그만두는 이들’을 통해서도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은퇴는 해녀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공적 기억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행사에선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이 은퇴 해녀들에게 명예지도자 증서와 연초록색 스카프를 헌정하고, 제주우유가 은퇴 해녀들의 건강을 위한 지속적인 유제품 후원을 약속합니다.
성우서비스와 제주해녀서포터즈, 서귀포수협 등도 후원에 함께했습니다.

■ ‘8회’, 숫자보다 값진 것..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하다”
(사)제주해녀문화협회는 이번까지 총 8회의 은퇴식을 민간 주도로 개최해왔습니다.
한림읍 귀덕2리를 시작으로 하도리, 수원리, 금능·월령리, 법환동, 도두동, 김녕리에 이르기까지.이 모든 행사는 보조금 없이 자발적 후원과 재능기부로 이어졌습니다.
협회는 이를 통해 해녀문화를 ‘행정이 아닌 기억의 힘’으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협회 이사장은 “은퇴는 소멸이 아니라, 제주 해녀가 현재형 문화로 존재하기 위한 전환의 의식”이라며,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원칙 아래, 퇴장의 순간까지도 문화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정 몽돌해변에 울려 퍼질 열두 숨비소리는 단지 이별이 아닌, 바다와 공동체가 함께 엮어낸 문화의 결”이라면서, “이 퇴장이 던지는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늘도 여전히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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