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의 위기, 교육 배심원제 집단지성으로 극복하자!

학교 위기! 교육계의 화두다.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을 계기로 학생 지도와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한편으론 학생 인권 보장 목소리도 여전하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교실이 해체되었다. 이런 말들이 학교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교사들은 과도한 업무, 생활지도가 속수무책인 학생들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악성 민원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로 학교의 위기를 설명한다.
학부모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부모나 학생에게 문제를 전가하거나, 자녀를 불공정하게 대하면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교사에 대한 불신이 학교 위기라 한다. 혹자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이 현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한다.
부모와 교사들은 위기 원인을 상대방, 혹은 학생에게 전가하기 쉽다. 불신이 지금의 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의 불신을 해결하고 학교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증오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산업화 시대,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 방식은 교사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학부모가 수용하는 일방향 소통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맞게 교사는 대량 생산하듯 학생들을 획일적으로 교육하고 불량제품을 고쳐 좋은 제품 만들 듯이 생활지도를 잘해서 훌륭한 학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우리 교육은 교사 중심의 일방향 소통 방식이 유지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 일방향 소통 방식에 익숙했던 교사만이 아니라 젊은 교사들은 당황했고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교사가 독점하는 소통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물론 학부모가 독점하는 소통방식도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교육 배심원제 도입이 필요하다.
학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적 대화 방식인 민원을 공적 대화 방식인 토론과 합의로 전환하고, 개인적 편견을 집단지성으로 바로잡고, 교육 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소통방식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공교육이 사유재라면 교사는 학부모의 민원을 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적으로 처리하면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어 교사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교육은 사유재가 아니다. 아무리 사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해도 교육은 공공재(公共財)이다. 공공재로서 교육은 공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 모두의 공유물로 모두가 참여하며 운영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학부모의 민원은 공적 경로를 통해 공공의 의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교육제도는 이러한 공적 처리 절차가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부모의 민원을 교육청에 전가할 수도 없다.
공교육이 공공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집단지성이다. 집단지성은 한 개체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 집단이 힘을 발휘하는 지능이다. 집단지성은 요구와 대응의 과정에서 서로를 악마화하거나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적으로 이끌 수 있다. 이것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교육 배심원제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 배심원제는 학부모나 교사가 제기하는 민원을 배심원단이 심의하고 그 결과를 학교와 학부모에 권고하는 제도이다. 배심원단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학부모와 교사로 구성하고 필요할 경우 학생도 참여시킬 수 있다. 교육 배심원제는 교육 구성원 전체의 합의 형식으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학교, 학부모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이것이 교육 배심원제도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관계가 위기를 벗어나 공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는 이유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갈등은 편견과 오해로 빚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편견과 오해로 인한 갈등이 학교 위기, 교사 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적 장치가 바로 교육 배심원제이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학생과 교육과정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교육과정 설계에서도 학교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학부모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교육의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역시 우리가 혁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혁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공공재로서 공교육은 혁신에 응답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변화까지를 읽어내면서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한 노력, 그것이 교육혁신이다. 이제 교육혁신을 위해 교사, 학부모가 함께 손잡고 나설 차례이다. / 송문석 서귀중앙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