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걸어도 걸어도', 또 K-민심 터뜨릴까

허장원 2025. 5. 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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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한 가족을 맴도는 상실과 사랑을 그리는 '일본 영화'가 있다. 해당 '일본 영화'는 바로 '걸어도 걸어도'이다. '걸어도 걸어도'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이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바다에 빠진 소년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장남 '준페이'의 제사를 위해 고향 집에 모인 가족들의 하루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이끌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또 다른 초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관계의 복잡한 감정을 담백하고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그의 작품 세계의 출발점을 알린다.

지난 2016년 재개봉 이후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걸어도 걸어도'는, 지난 21일 다시 한 번 스크린에 복귀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가족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준페이'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 그의 생전 목숨을 구했던 청년 '요시오'의 방문을 계기로 묵혀 두었던 감정들을 하나둘 꺼내며, 상실이 남긴 미묘한 감정의 결들을 조용히 들춰낸다. 후회와 그리움,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고레에다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매체들 역시 '걸어도 걸어도' 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시애틀 타임즈'(The Seattle Times)는 "가족 드라마로 이룰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마스터피스"라 평했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조용히 다가와 영원히 곁에 머물 영화"라고 극찬했다. 미국의 '슬랜트 매거진'(Slant Magazine)은 "가족의 역동성을 정확히 포착한 드라마"라고 평가하며 작품성을 높이 샀다.

국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살아서 영화를 보는 행복"이라는 표현과 함께 만점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고(故) 키키 키린, 아베 히로시 등 일본을 대표하는 명품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섬세한 연출과 뛰어난 연기 앙상블이 어우러지며 '걸어도 걸어도'는 거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진정한 마스터피스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걸어도 걸어도'는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조용한 하루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은 무척이나 깊고 섬세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가족 간의 말과 침묵, 거리와 온도를 치밀하게 포착해낸다.

준페이의 제사를 위해 모인 가족은 오랜만의 재회 속에서도 서먹하고 어색하다.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때론 서운하고, 때론 견디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머물 수밖에 없는 이 관계의 복잡함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걸어도 걸어도'는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복잡하고 불완전한 관계의 현실을 담담하게 비춘다. 정적인 화면과 차분한 대사,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집 안의 풍경은 이 가족이 함께 지나온 시간과 그 속에 쌓인 감정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 영화는 커다란 사건 없이도 삶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처 꺼내지 못한 대화, 뒤늦은 용서에 대한 갈망, 그리고 마음 한켠에 남겨진 후회의 조각들—이 모든 것이 인물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삶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문화나 언어를 초월한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 '걸어도 걸어도'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오르는 영화, 조용히 마음에 스며드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가족'이라는 말이 늘 따뜻하고 편안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때로는 그 안에 묵직한 감정과 말 못 할 불편함이 함께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끝내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는 한 가족의 하루를 그리지만, 그 이야기는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누구나 지나온 혹은 지나가게 될 인생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걸어도 걸어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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