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쏠비치 남해’ 리조트 개장 앞두고 해녀들 걱정 태산

최상원 기자 2025. 5. 23. 0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4일 개장을 앞둔 ‘쏠비치 남해’ 리조트. 리조트 아래 모래사장이 경남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설리해수욕장이다. 최상원 기자

국내 최대 리조트업체인 ㈜소노인터내셔널(옛 대명 호텔앤리조트)이 건설하는 ‘쏠비치 남해’ 리조트 개장을 앞두고 경남 남해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리조트 인근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리조트에서 발생한 오수 처리수가 매일 950t가량 바다로 흘러들면 바다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22일 ㈜소노인터내셔널, 남해군 등 설명을 종합하면, 소노인터내셔널이 4600억원을 들여 2019년 10월부터 건설하는 ‘쏠비치 남해’ 리조트가 오는 7월4일 경남 남해군 미조면 송정리 바닷가 언덕 위에 문을 연다. ‘쏠비치 남해’는 9만3153㎡ 터에 객실 451개와 수영장·아이스링크 등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다. 남해섬 최남단에 자리 잡아 남해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리조트 동쪽 언덕 아래에는 설리해수욕장도 있다.

남해군은 ‘쏠비치 남해’ 리조트가 남해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17일 남해군·경남도립남해대학과 ‘지역인재 채용, 일자리 창출,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79명을 채용했고, 현재 70명 추가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149명의 절반 이상이 남해군민이며, 나머지 채용인원도 남해군민이 될 사람이다. 소노인터내셔널 직접고용에 협력업체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7월4일 개장 이전에 250명 이상이 새 일자리를 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남해군민이 생산한 해산물·채소 등 다양한 신선식품이 리조트에 납품될 예정이다.

남해군 전략사업단 관계자는 “소노인터내셔널 회원만 30만명에 이른다. 쏠비치 남해 리조트가 개장하면 머무르는 관광이 확대되면서, 남해군 전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해군은 지난해 10월 ‘쏠비치 남해 개장 대비 종합계획’을 세웠고, 올해 주요사업에 ‘쏠비치 남해 리조트 본격 운영 지원’을 포함시켰다.

경남 ‘쏠비치 남해’ 리조트 위치도. 그래픽 이상호 선임기자 silver35@hani.co.kr

그러나 설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해녀들의 모임인 ‘설리마을 나잠어업인회’ 회원들은 최근 “쏠비치 남해 리조트가 개장하면 삶터를 잃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다. 리조트가 개장하면 매일 950t가량 오수 처리수가 해녀들의 작업구역 바다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이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거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을 보면, 개장 이후 쏠비치 남해 리조트에서는 하루 1436t의 오수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487t은 화장실용수·청소용수 등으로 재이용하고, 나머지 949t은 자체 시설로 정화 처리한 뒤 수중 관로를 통해 바다로 방류한다. 방류하는 오수 처리수 농도는 물 1리터당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5㎎ 이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10㎎ 이하, 부유물질(SS) 5㎎ 이하, 총질소(T-N) 15㎎ 이하, 총인(T-P) 1.5㎎ 이하, 대장균수 1천개 이하로 계획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리조트 착공을 넉달가량 앞둔 2019년 6월20일 설리마을 어촌계·개발위원회·해수욕장번영회·이장 등이 참여한 설리마을대책위원회와 ‘지역발전 상호 협약서’를 작성했다. 협약서에서 소노인터내셔널(당시 대명 호텔앤리조트)은 리조트 준공 1년 전에 설리어촌체험관을 1층에서 3층으로 증축하고, 2층 규모 회센터를 신축해 설리마을대책위에 기부하기로 했다. 대신 설리마을대책위와 설리마을 모든 주민은 마을 피해에 대한 일체의 민원 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소노인터내셔널은 리조트 오수 처리수의 배수관로를 리조트 남서쪽 바다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2022년 3월 사업예정지 지적측량 등 과정에서 일부 사업계획이 바뀌었고, 배수관로 위치도 리조트 남동쪽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오수 처리수를 리조트 동쪽에 있는 설리해수욕장 앞바다로 배출하게 됐다. 설리마을 해녀들의 작업구역과 겹쳤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일부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를 하며 “오수처리수 방류지점 주변 저서동물 서식지에 직간접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저서동물 군집의 변화가 관측되면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해군 미조면 설리마을 해녀들이 지난 7일 남해군청 들머리에서 집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설리마을 나잠어업인회’ 제공

소노인터내셔널은 다음해인 2023년 5월8일 설리마을대책위와 ‘지역발전 상호 협약서’를 변경 작성했다. 이미 2022년 7월 완료한 회센터 신축 약속은 그대로 두고, 설리어촌체험관 증축 약속을 없앴다. 대신 현금 1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조건으로 “오수처리 방류구 변경 및 설치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협약서 작성 과정에 해녀들은 배제됐다.

제주 출신으로 45년째 설리 앞바다에서 해녀 활동을 하는 오승렬 ‘설리마을 나잠어업인회’ 대표는 “요즘 바다만 보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 대표는 “설리마을 앞바다는 해녀들 삶의 터전이자 평생직장이다. 긴 세월 물질만 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다 밑바닥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것뿐”이라며 “리조트가 들어설 것이라고 했을 때, 솔직히 우리 해녀들도 바닷속 환경 변화에 대해 몰랐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발파와 관로 설치 등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해초가 썩거나 예전에 없던 새로운 해초가 생겨나고, 성게·해삼·전복 등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그때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리조트가 개장해서 하루 1천t의 민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해녀들의 작업구역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또 아무리 정화했다고 하더라도 오수 처리수가 계속 들어오면 머지않아 설리해수욕장도 끝장날 것”이라며 “개장을 눈앞에 두고 떠들면 업무방해라고 할까 봐 조심스럽지만, 지금이라도 사람들이 바닷속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녀들은 자신들 외에는 알지 못하는 바닷속 상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3월 설리 앞바다에서 수중촬영을 해서, 사진을 남해군 등에 전달했다. 또 지난달 16일과 지난 7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이에 대해 남해군 관계자는 “바다 생태계에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며 “소노인터내셔널에는 해녀들의 민원 사항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리조트 개장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향후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해녀들에게는 군민행복법률상담 제도를 이용해 변호사 자문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고 밝혔다.

㈜소노인터내셔널 쪽은 “공사 중에는 흙탕물이 멀리 확산하지 않도록 오탁방지막을 철저히 설치했고, 개장 이후에는 해녀 등 어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로를 애초 계획보다 길게 설치해서 오수 처리수가 먼바다로 빠지게 했다.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개장 이후 바다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즉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