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슬전' 고윤정, "전공의 1년 차 같은 배우… 아직 배울 게 많아요"[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5.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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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tvN '언슬전'서 전공의 1년 차 오이영 역
로맨스와 팀워크, 수술 장면까지 소화하며 연기자로서 한 걸음 성장
"정준원에 직진 고백, 작가님도 설렜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 고윤정 ⓒMAA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고윤정이 전공의 1년 차 오이영 역을 통해 현실감 있는 청춘의 얼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크리에이터 신원호·이우정, 연출 이민수, 극본 김송희, 이하 '언슬전')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오이영 역을 맡은 고윤정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전작들과는 또 다른 톤의 '현실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3일 고윤정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언슬전' 종영 인터뷰를 했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던 오후, 그는 여유로운 미소로 작품에 대한 진심과 배우로서의 고민을 차분히 풀어놓았다.

'언슬전'은 의료계 파업 여파로 방송이 연기되면서 예상보다 긴 기다림이 생겼다. 이에 고윤정은 촬영 당시의 감정과 팀원들과 애틋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언슬전'을 막 찍기 시작할 즈음에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출연이 고정됐어요. 두 작품 대본을 함께 준비해야 해서 정말 정신없었죠. '언슬전' 방송이 미뤄지면서 '언슬전' 팀과는 굉장히 애틋한 관계가 생겼어요. 오랜 시간 기다리다 방영 소식을 듣고 설레었어요."

배우 고윤정 ⓒMAA

오이영은 고윤정이 오디션을 통해 인연을 맺은 캐릭터였다. 현장에서 처음으로 대본을 받아들고 여러 배역을 리딩한 끝에, 오이영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됐다.

"오디션 제안을 받고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리딩을 했어요. 여러 캐릭터를 함께 읽었는데, 신원호 감독님께서 저랑 이야기를 나누신 후 오이영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이우정 작가님은 배우를 만나보고 대본을 캐릭터에 맞춰 쓰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그 배역과 잘 맞더라고요."

처음 대본을 받아 오이영이라는 인물을 마주한 순간, 고윤정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일할 땐 의욕이 없지만 연애할 땐 굉장히 직진하는 친구 같았어요. 일에선 겨우 버티는 느낌이었고, 꽂히면 바로 표현하는 모습이 저랑 닮아 있다고 느꼈죠."

극 중 배우 정준원(구도원 역)과의 로맨스 전개는 고윤정 본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초반에는 단순한 동료 관계로만 그려질 줄 알았지만, 예기치 못한 고백 장면이 등장하면서 본인도 놀랐고, 그만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연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맞아요. 작가님도 고백 장면을 계획하고 쓰신 게 아니었다고 하셨어요. 쓰다가 본인도 설레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정준원 배우와의 케미 역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함께할수록 자연스러워진 연기 호흡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두 사람의 감정선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는 평이 이어졌다.

"8살 차이가 나는데도 정말 잘 맞았어요. 현장 분위기도 항상 좋았고요. 8회까지는 설렘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면, 10회 이후엔 코믹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웃으면서 촬영한 장면이 많았어요."

그가 오이영이라는 인물에 끌린 이유는 단순히 캐릭터의 서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가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전 작품 '무빙'(디즈니+, 2023)에서 또래 친구들과 학교 다니듯 촬영했는데, 그 현장이 정말 즐거웠고 결과물도 좋았거든요. 오이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그런 순간들이 많았어요. 추위에 떨고, 땀 흘리고, 웃고 떠들며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연기는 결국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상대 배우의 호흡, 현장의 분위기, 다 함께 만들어가는 힘이 모일 때 비로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더 크게 느꼈어요."

배우 고윤정 ⓒMAA

극 중 산부인과 전공의로서 수술과 수처 장면이 자주 등장했던 만큼, 고윤정은 실제 병원을 방문해 교수들에게 직접 배우며 촬영 전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력 덕분에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실제 병원에 가서 교수님들께 배웠어요. 실리콘 피부에 수처 연습도 하고, 수술 장면은 영상으로 공부했죠. 제가 미술을 해서 그런지 교수님들이 손재주 있다고 칭찬해 주시기도 했어요(웃음)."

산부인과 전공의를 연기하며 생명의 시작과 맞닿아 있는 순간들을 가까이 마주하다 보니, 고윤정은 촬영을 거듭할수록 개인적인 생각도 깊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자연분만이 나을지 제왕절개가 나을지 고민해 보기도 했고,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느꼈어요. 엄마에게 검진받으라고 잔소리도 했고요.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다음 생엔 공부해서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배우 고윤정 ⓒMAA

극 중 배우 김혜인(명은원 역)과의 날 선 갈등을 그려낸 장면들에 대해 고윤정은, 촬영 당시엔 긴장감이 있었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오히려 따뜻하고 유쾌했다고 전했다.

"김혜인 배우님은 실제로는 굉장히 조곤조곤하고 수줍음이 많은 분이에요. 그런데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컷' 소리가 나면 주변에서 '진짜 못됐다'며 웃곤 했죠. 특히 명은원 캐릭터는 뚜렷한 서사 없이 갑작스럽게 강한 악역으로 등장해야 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은 인물의 배경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하면 훨씬 편한데, 그런 설명 없이 감정을 만들어내야 했으니 오히려 더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극 중 고윤정, 신시아, 한예지, 강유석이 함께한 '4인방', 일명 OBGY 조합은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OBGY는 산과(Obstetrics)와 부인과(Gynecology)의 약자를 따온 표현으로, 산부인과 전공의로 뭉친 이들이 보여준 케미는 현실감 넘치는 팀워크와 따뜻한 시너지로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실제로도 네 명의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극 중 캐릭터들과 실제 성격이 비슷했던 것도 한몫했죠. 강유석 배우만 유일하게 외향형이고, 나머지 셋은 모두 내향형이라 단체 채팅방에서 강유석 배우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다들 '다음에 먹자'고 답하곤 했어요(웃음). 그런데 극 중에서 OBGY 멤버들이 점점 친해지는 흐름과 맞물려, 촬영 일정이 지나면서 우리도 급격히 가까워졌고, 어느새 정말 편한 친구들처럼 지내게 됐어요."

극 중 유연석 배우와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언슬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세계관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답게, 기존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과의 유기적인 연결이 돋보였다. 라미란, 안은진, 문지인 등 반가운 얼굴들이 특별 출연해 레지던트 1년 차들과 유쾌한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종로 율제병원을 찾은 안정원(유연석), 이익준(조정석), 채송화(전미도)의 장난기 어린 깜짝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반전과 웃음을 선사했다.

"유연석 선배님과는 5회 촬영 때 처음 인사를 나눴는데, 그날 필름 카메라로 직접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그리고 다음 촬영 날엔 그 사진을 인화해서 선물처럼 건네주시더라고요. 정말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안정원처럼 따뜻하고 섬세한, 현실 속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셨어요."

배우 고윤정 ⓒMAA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오가는 가운데, 고윤정 역시 그 기대에 대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다시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시즌을 잘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이에요. 특별 출연이라도 하면 반가워해 주실 것 같고요. 시즌2는 또 다른 1년 차들이 이끌어가면 좋겠고, 저는 얼굴 한 번 비추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한 걸음씩 성장 중인 고윤정. 현재의 자신을 어떤 배우라고 정의하고 있을까, 그 생각이 궁금해졌다.

"저는 아직 전공의 1년 차 같은 배우예요. 제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배울 게 많은 상태죠. 연기뿐 아니라 현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함께 촬영하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배우예요."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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