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노쇼' 부추기는 호텔경제론, 딱 걸린 이재명 대세론도 '주춤'

은현탁 기자 2025. 5. 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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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시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대선을 10여 일 남겨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앞서가는 후보일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할 시기인데요. 그럼에도 이 후보는 이른바 '호텔경제론'을 다시 꺼내고,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하면서 구설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 후보의 호텔경제론과 커피 원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전북 군산 유세에서 언급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과 '커피원가 120원' 발언이 대선판을 뜨겁게 달군 한 주였습니다. 온라인에는 호텔경제론을 두고 포르투갈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사건을 빗대기도 하는 등 각종 패러디가 난무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때다 싶어 이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커피원가 120원' 발언은 지난 총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떠오르게 합니다. 민주당이 적극 방어하고 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①호텔경제론=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5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 '동네 경제'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는데요.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이론인데 다시 들고 나온 겁니다. 이 후보는 이날 "제가 자주 말씀 드리는데 사람들이 경제 그러면 뭐 엄청나게 복잡하고 대단한 거라서 특별한 사람만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경제는 돈이 도는 걸 경제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한 관광객이 호텔에 맡긴 예약금 10만 원이 호텔-식품가게-통닭집-신발가게-빵가게-호텔로 순환하는 과정을 설명했는데요. 그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에서 10만 원을 받아갔지만 경제는 활성화됐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일정이 바뀌어 이 동네에 들어온 돈 하나도 없는데 거래가 쫘악 일어났다. 이게 경제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의 취지는 알겠지만 이 후보의 얄팍한 경제관을 읽을 수 있는 지점입니다. 너도나도 외상하고 카드 긁으면 경제가 팍팍 돌아간다는 얘기나 다를 게 없습니다. 기업은 둘째치고 구멍가게라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후보의 주장에는 동네 식품가게, 통닭집, 신발가게, 빵가게가 차례대로 10만 원을 다 소비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은행 부채를 갚을 수도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한계소비성향이 계속해서 1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준석 후보가 TV토론에서 "무한 동력이냐"고 꼬집은 겁니다.

노쇼가 발생하더라도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호텔이 예약 취소를 예상하지 못하고 돈을 써버리면 자금난에 봉착할 수도 있는데요. 이로 인해 만기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날 수도 있고, 그러면 동네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겁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학식먹자 이준석' 행사가 열린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TV토론서 호텔경제론 공격

이재명 후보는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호텔경제론과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집중 공격을 받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두 후보 간 지난 18일 TV토론에서의 설전을 정리했습니다.

→이준석-"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많은 지적이 들어오는 게 호텔경제학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이재명-"그 본인이 지어낸 말이죠. 그건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니고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한 거예요."

→이준석-"그럼 경제 순환했을 때 이게 결국에는 케인즈의 승수효과 같은 것을 노리고 하신 말씀이십니까. 어떤 취지입니까?"

이재명-"승수효과 얘기를 한 거죠. 예를 들면 돈이란 고정돼 있어도 없는 거와 같죠. 그런데 한 번 쓰여지느냐 두 번 쓰여지느냐 세 번 쓰여지느냐에 따라서 경제가 순환이 되면 그 자체에서도…."

→이준석-"그런데 이 그림 그린 걸 보면 도는 과정에서 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한계 소비 성향이 1로 해서 계속 돌거든요. 무한 동력입니까 그러면."

이재명-"예를 들면 그건 예일뿐이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1로 돌지는 않죠. 그건 극단적인 예를 한번 들어본 거니까요. "

이재명 후보는 결국 "극단적인 예"라며 한발 물러섰는데요. 그럼 대선 후보가 극단적인 사례인 줄 알면서도 왜 일반적인 사례인 것처럼 말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고, 보수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②커피원가 120원=이 후보는 군산 유세에서 경기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을 정비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닭죽 대신 커피를 팔자고 했다. 닭죽은 땀 흘려 팔아야 3만 원 남는데 커피는 원가 120원에 8000원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얘기인데요.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커피 원가가 절대로 120원이 나올 수 없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김문수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커피 원가 120원에 대파 875원 소환

이 후보의 발언은 취지와는 달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마치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는데요. 한 잔이 4500원인 아메리카노 커피의 원가는 원재료비·인건비·임대료·기타 운영비와 세금 등을 포함해 3500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 커피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가슴을 쳤다"며 "커피믹스 한 봉지도 120원이 넘는 시대다. 인건비·임대료·재료비·카드 수수료에 시달리며 하루 12시간씩 서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치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처럼 몰아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 비대위원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이건태 민주당 선대위 법률대변인은 "김 비대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은 명백히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이 후보는 자영업자가 커피를 너무 비싸게 판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의 커피 원가 발언은 지난 총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소환했는데요. 당시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직원이 윤 전 대통령에게 "대파 1단에 875원"이라고 설명했고,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해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대파 1단은 평균 3000-4000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마트 직원과 윤 전 대통령이 말한 875원은 정부 지원금과 자체 할인이 적용된 특별 할인가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집중 공격 등으로 '국민은 어려운데 대통령이 물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이 후보의 커피 원가 발언도 민주당이 적극 방어하고 있지만 대선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개혁신당 이준석·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0-21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2명(무선 ARS)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48.1%, 김문수 38.6%, 이준석 9.4%로 나타났습니다. 전 주에 비해 이재명 후보는 2.1%p 하락하고, 김문수 후보는 3.0%p 상승하면서 격차가 줄어들었는데요.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들의 지지 후보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이재명 후보는 48.2%로 전 주에 비해 6.9%p 하락했고, 김문수 후보는 45.1%를 얻어 8.8%p 상승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준우, "말이 되지 않는 노쇼 경제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많은 분들이 호텔하고 문방구가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얘기하실 텐데요. 원래는 호텔 하고 나중에 돌면 매춘부 얘기를 하고 이런 얘기예요. 그런 아주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는 것을 조롱하기 위해서 만든 내용인데 이걸 이재명 후보 측 경제 조언하는 분 중에 하나가 누가 이걸 좋은 거라고 들고 와서 호텔과 매춘부 얘기를 지금 국민들한테 경제정책이라고 하고 있는 거예요."(2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황당한 얘기죠. 노쇼 해 가지고 결국 경제가 돈다. 이 얘기인데 노쇼 주도 경제론 이게 말이 되지 않는 건 중학생 정도 돼도 다 이해가 될 거예요. 왜냐하면 호텔 입장에서 10만 원 받은 걸 다시 돌려주게 되면 호텔은 그 돈 어디서 구합니까? 이미 썼는데. 돈을 찍어내든지 어디서 빌려와야 하거든요."(2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성호 민주당 의원-"그게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 데 그렇게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지금 위기에서 탈출하게 하고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 정책과 비전을 얘기하고 그런 걸 경쟁해야지 무슨 커피 원두값이 얼마냐 호텔경제학 그걸 갖고 따지는 건 너무 치졸하지 않습니까?"(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용기 민주당 의원-"돈이 돌게끔 하고자 하는 것, 그게 결국에는 지역 화폐로 지금까지 경제가 돌아왔던 내용들을 설명하는 이야기인데 그거를 이렇게 하나하나 짚어가지고 문제만 제기하니까 극단적으로 하지 마라라고 하는 거고~."(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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