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지우는 금통위[기자수첩]

"선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금리를 결정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 말이다. 금리 결정이 정치적 해석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동시에 정치와 경제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들린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선을 닷새 앞두고 열린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민감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전례가 근거다. 최근 25년 동안 총 5차례의 대선에서 선거 직전 금통위가 금리를 조정한 적은 없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22년 대선이다. 선거 2주 전 열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그 직전 두 차례 금통위에선 연속 인상이 있었지만 이 때만 예외였다. 선거가 끝난 뒤 다시 금리 인상이 재개됐고 이듬해까지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경기 둔화가 뚜렷하다. 성장률 전망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는데 이제는 '0%대 전망'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이던 2020년을 제외하면 연 0%대 성장률은 2009년(0.8%)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총재도 "금리인하기인 점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경기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내리겠다" 등의 말로 인하 시그널을 반복해서 보냈다.
데이터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명분은 충분하다. 가계대출이 여전히 부담이지만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 등의 정책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까지 내려왔다.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시장은 대체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결국 타이밍이다. 불문율을 따를지, 경제 현실에 응답할지. 정치와 경제의 경계가 흐려질 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통화정책의 자율성마저 위축돼선 안 된다. 과연 이번 금통위는 '불문율'을 넘을 수 있을까?"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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