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확대·생산과잉·소비부진…‘삼중고’ 양파농가 “수급안정 대책 마련을”

이시내 기자 2025. 5.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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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했던 TRQ 양파 도입 등
시장 과잉물량 10만t 이를 듯
채소가격안정 수급관리 ‘심각’
향후 시세급락 우려 산지 긴장감
“수매·비축 물량 발표 서두르고
수출 모색·소비 촉진 나서야”
양파 작황 호조, 소비부진,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도입 등 영향으로 중만생종이 출하하는 6월을 앞두고 가격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치영 NH농협 전남 무안군지부 단장(왼쪽)과 전남서남부채소농협 관계자가 무안군 현경면에 있는 중만생종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중만생종 양파 주산지를 중심으로 생산과잉과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조생양파 출하시점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 시장에 풀린 데다 ‘뜻밖의 작황 호조’와 ‘소비부진’이라는 삼중고를 맞아서다.

작황 호조로 생산량 40%까지 증가 예상=20일 찾은 전남 무안군 현경면의 양파밭. 수확기까지 2주가량 남았지만 양파 구(球)가 이미 성인 남성의 주먹만큼 커져 있었다. 지난해 일조량 부족으로 구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배정섭 한국양파연합회장(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추위 때문에 생육이 더뎠지만 3∼4월 들어 풍부한 일조량 등 기상 여건이 좋아 양파 수량이 늘고 구가 비대해졌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산시 대산읍 일대에서 6612㎡(2000평) 규모로 양파농사를 짓는 송원후씨(71)는 “지난해는 3.3㎡(1평)당 생산량이 14㎏에 그쳤지만 올해는 수확기 전까지 방제만 잘한다면 20㎏ 이상은 거뜬하다”고 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협회장 남종우)는 올해 중만생종 생산단수가 평년 3.3㎡당 20㎏ 수준에서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연간 양파 소비량을 120만t으로 예측하는데, 올해 생산단수를 평년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수입물량까지 감안하면 시장 과잉물량이 10만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중고’에 불안감 상승=작황 호조는 농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양파 수입 확대와 소비부진으로 양파값이 약세인데 생산량까지 증가하면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1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의 상품 1㎏ 평균가격은 642원인데, 이는 채소가격안정사업 수급관리 가이드라인상 수확기(4∼7월) 기준가격 651원 이하라서 ‘하락 심각’ 단계에 해당한다.

산지 관계자들은 특히 TRQ 물량 도입이 성급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월11일과 26일 각각 5000t과 5240t, 3월7일 1만645t, 전체 2만885t 규모의 TRQ 양파를 들여왔다. 강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에 작황 호조, 소비부진 등을 근거로 수차례 우려를 표했지만 현장 의견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중만생종 출하가 본격화하면 가격 하락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0∼11월 정식기에 잦은 강우로 조생양파 정식이 10일 정도 지연돼 출하시기도 5월말까지 늦춰졌다”며 “중생양파가 나올 시기와 중첩돼 가격을 끌어내릴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어두운 전망을 반영하듯 밭떼기도 끊겼다. 올초 3.3㎡당 1만4000원∼2만원에 거래됐지만 향후 시세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상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소비 촉진 등 빠른 대책 나와야=농가 일부는 ‘산지 폐기’까지 거론할 만큼 긴장감이 높지만 농정당국은 현장과 괴리된 통계에 의존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을 3.3㎡당 생산단수 22.7㎏을 적용, 전체 104만7644t으로 예측해 전년(105만5558t)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노은준 무안농협 조합장은 “농경연의 관측치는 단순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기계적으로 비교한 수치에 불과하다”며 “올해 양파 생육이 약 열흘 지연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실제보다 적게 측정됐다”고 지적했다.

후속 대응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의 요청에 따라 농산물 할인 지원 정책인 ‘농할쿠폰’ 사업을 이달초 추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산지 관계자들이 최소 한달은 사업을 지속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1∼7일 단 일주일만 진행하는 데 그쳤다.

서산시 부석면에서 3.3㏊(1만평) 규모로 양파를 재배하는 유영철씨(64)는 “작황과 상관없이 피해만 보니 농가소득 상한선은 정해져 있고 하한선은 끝도 없이 내려가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산지에서는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 함양의 양파농가 권상현씨(46)는 “시중에 양파가 많아진 이상 소비도 늘어날 수 있도록 확실한 대책이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출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 정책위원장은 “비료·농약·인건비 등 생산비 급등으로 농가경영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양파값 하락은 농산물 수급안정을 저해할 것”이라며 “정부가 조속히 양파 수매·비축 물량을 발표하고 소비 촉진 캠페인에 나서야 하며, 해외 수출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회장도 “산지 폐기 논의까지 가지 않도록 시장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수급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배정된 산지 폐기 관련 예산도 소비 촉진사업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21일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제2차 전남 마늘·양파 광역 주산지협의체’에서는 현 상황을 ‘심각’ 단계로 규정하고 ▲정부 양파 비축물량 10만t 관철 ▲수출 활성화를 위한 선별비 등 정부 지원책 마련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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