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서 뜨는 보석 시장... 변호사들이 웃는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 ‘보석(保釋)’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이 보증금을 내는 등 조건부로 풀려나는 제도다. 과거엔 보통 1심 최대 구속 기한인 6개월 안에 선고가 나와 보석 청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재판 지연이 일상화되면서 6개월보다 얼마나 빨리, 좋은 조건으로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수사와 재판뿐 아니라 ‘보석 석방’만을 위해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22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재판(공소 유지)을 맡은 구속 사건 피고인들의 보석 청구는 작년에 530건이었고, 이 중 법원이 받아들인 건수는 289건으로 인용률 54.5%를 기록했다. 작년 전국 검찰청 인용률 37.3%(청구 5309건·인용 1980건)보다 약 17%p 높았다.
‘금융 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복잡한 사건이 많은 서울남부지검 구속 사건의 보석 인용률도 작년에 48.3%를 기록해 2023년(43.7%)보다 5%p 가까이 높아졌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경우, 남부지검이 작년 7월 구속 기소했는데 3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통 구속 기한(6개월)에 임박해 보석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 위원장의 경우 너무 빨리 석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최근 피고인들은 ‘불구속 수사’보다 ‘불구속 재판’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상 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작년에 구속된 한 피고인 측이 찾아와 ‘수십억 원이 들어도 좋다. 최대한 빨리 보석으로 나오게 해달라. 검찰보다 법원이 말이 더 잘 통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전관(前官)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의뢰인이 수임료 수천만 원을 별도로 제안하며 보석 청구 업무만 맡긴 적이 있다”면서 “과거엔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가 드물어서 보석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요즘은 웬만하면 보석을 청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검찰 내에서는 피고인의 재판 지연 전략과 법원의 단호하지 못한 대응이 갈수록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들이 여러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보석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졌는데도, 법원은 엄격한 소송 지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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