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美 전직 의원 한국 초청… 가교 역할 하는 ‘제이 킴’
“자신이 태어난 한국과 연방 의원으로 활동했던 미국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감동했습니다. 한국이 이룬 성취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12년간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다가 2년 전에 물러난 비키 하츨러(6선·공화당)씨는 지난 14일 김창준(86) 전 미국 연방 하원 의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DMZ와 국기원 및 포스코, CJ 등 한국 기업 방문 중에 21일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제이 킴(김 전 의원의 미국 이름) 덕분에 한국을 잘 알게 됐는데, 미국에 돌아가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꼭 방문해야 할 나라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도 미국의 첫 한국계 연방 하원 의원 출신의 김창준씨가 초청한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 회원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츨러 전 의원 외에도 존 사베인스(9선), 존 캇코(4선), 브렌다 로렌스(4선), 앤 머리 버클(초선), 콴자 홀(초선) 하원 의원 등 모두 6명이 부부 동반으로 한국을 열흘간 ‘탐험’ 중이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보행할 때 지팡이를 짚어야 하고 소통과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2019년부터 6년째 진행 중인 FMC 초청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 FMC는 우리나라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憲政會)와 유사한 단체로 김 전 의원도 여기에 속해 있다. 미국의 전직 상·하원 의원들은 FMC에서 활동하며 퇴임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김 전 의원은 바로 여기에 주목, FMC 회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정치인, 기업인, 지자체 단체장 등이 미국의 각 주(州), 시(市), 카운티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쌓도록 후원하고 있다. 그는 “퇴임한 상·하원 의원들은 다시 정계로 진출하거나, 로비스트로도 많이 활동하는데 한국을 방문해 인연을 쌓은 이들은 한미 관계를 중시하게 된다”고 했다.
FMC 초청 프로그램은 2023년부터 연 2회로 확대돼 올해 8회를 맞았다. 이번까지 미국 전직 의원 총 45명이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을 다니며 한국을 체험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콴자 홀 전 의원(초선·민주당)은 “제이 킴이 구축한 한미 파트너십은 미래를 내다보는 구상으로 앞으로 세대를 넘어서 이어지는 유산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 연방 하원에서 3선을 한 김 전 의원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반부터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할 정도로 미국 국내 정치에 밝다. FMC 회원들을 초청할 때도 늘 여야가 균형을 맞추도록 한다. 이번에도 민주당 3명, 공화당 3명의 전직 의원을 초청했다.
그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토목 전문 회사 ‘제이킴 엔지니어스’를 만들어 캘리포니아주에서 성공한 이민 사업가로 성장했다. 1990년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 시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 후, 이듬해 최초의 아시아계 시장이 됐다. 이어 1992년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하원 의원 당선 기록을 세웠다. 정계를 떠난 뒤에는 김창준 아카데미와 미래한미재단을 설립했다.
김 전 의원은 2000년대 근거지를 워싱턴 DC로 옮기면서 한미 간의 가교(架橋) 역할을 자임했다. 북버지니아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1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도록 개조 후, 정치·문화·예술 관련 모임을 잇달아 개최하며 한인 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한덕수 주미 대사와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 등이 모인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뤄진 곳도 그의 자택이었다.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는 한국 학생 70여 명을 초청해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다. 현대식 한복을 입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가 맨발로 ‘카르멘’ ‘고향의 봄’ 등을 이곳에서 연주한 것은 한동안 워싱턴 DC 주변 한인 사회에서 회자됐다.
김씨가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도 FMC 초청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내 제니퍼 안(한국명 안진영) 덕분이다. 한미 양국에 걸친 폭넓은 인맥과 홍보 전문 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FMC 회원들을 한국의 각계와 연결해 주고 있다. 가수 조용필씨의 처제인 안씨는 이전에 “숨진 언니(안진현씨)가 자택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우리가 초청해 한국을 다녀간 의원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내가 걸을 수 있는 한 양국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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