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붉은 반도체

이수영 2025. 5. 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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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처음 만나면 매운맛에 당황해한다. 김치와 떡볶이, 매운탕을 먹고 금세 얼굴이 붉어지고 땀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심지어 속이 아파 위장약을 먹는 사례도 있다. 매운맛은, 짠맛과 단맛 등 기본적인 미각에 포함되지 않는다. 혀가 뜨거운 것처럼, 하나의 통증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혀의 통증 수용체를 자극한다. 서양인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은 이 통증을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자와 빵, 치즈, 육류 등을 주식으로 해 매운맛 DNA가 발달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반면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음식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 매운 음식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요식업계에선 외국인들을 위해 매운맛을 뺀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요즘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김밥 등 K-푸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매운 음식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떡볶이와 닭갈비에 이어 매콤한 속초회냉면도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매운 음식으로 주식시장의 판도까지 변한다는 소식이다. 원주에 공장을 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붉은반도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주가는 장중 123만 500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고, 장 마감 기준 전날 대비 18만 9000원이 올라 118만원을 기록했다. 장중 주가 기준으로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5월8일 기준 30만원도 안 되던 주가는 1년새 3배 이상 크게 올라 투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붉은 반도체’라는 별칭이 과하지 않을 만큼 기세가 당당하다.

바야흐로 한국의 매운맛이 세계를 주름잡는 모양새다. 그런데 한국 음식에 쩔쩔매던 외국인들이 왜 매운맛에 열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한국 문화를 즐기다 보니 캡사이신 DNA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매운 음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맵부심’ 때문인지 알 듯 말 듯하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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